- 임도완 연출의 <위선자 탁선생> 후기
이번 더블케이 프로젝트(김수로 큐레이티드) 신작 <위선자 탁선생>은, 유명 연출가인 임도완 연출이 몰리에르의 희곡 '타르튀프'를 한국식으로 각색한 작품이며, 박건형·김곽경희·이계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비롯해 김수로 프로듀서의 연극학교 배우들이 출연을 했다.
우선 '타르튀프'라는 작품은, 17세기 말 프랑스 유명 희곡 작가 몰리에르가 쓴 작품이며, 종교인인 척 하는 위선자 타르튀프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위선자가 한 집안에 머무르며 한 집안을 어떻게 파탄내는지에 대한 과정을 낱낱히 다루고 있다. 몰리에르는 이 인물을 통해 당대 종교인들과 권위자들의 부패와 위선을 풍자하려고 하였으며, 광신도적인 주인공 '오르공'을 통해 맹목적인 믿음이 얼마나 그릇된 행동인지도 비판하고 있다.
희곡 '타르튀프'는 3일치 법칙에 부합하는 희곡 작품으로, 이는 16~17세기 연극이라면 꼭 지켜야 할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대에는 지켜지지 않는다). 3일치 법칙이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며, 시간 장소 행동 세 가지가 한 편의 연극에서 모두 일치해야 한다는 희곡의 법칙이다. 같은 공간에서 하루 동안 특정한 사건 한 가지를 다루고 있어야 3일치 법칙이 성립하는 것이다.
본 연극 <위선자 탁선생>은, 이러한 '타르튀프'의 특징과 내용 모두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원작의 특징은 모두 가져간 채, 이를 바탕으로 한국식으로 재창조하여 각색하였다. 주인공들의 이름도 모두 원작의 캐릭터와 발음이 비슷한 한국어 이름으로 창조되었으며, 주인공들은 사투리를 쓰는 등, 번안 및 현지화가 매우 잘 이루어졌다. 극을 보며,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느 한 가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며, 이타르튀프의 이야기가 이질감 없이 다가온 것을 보며 현재의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풍자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대한민국에도 맹목적인 믿음으로 그릇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 대상은 종교가 될 수도 있으며, 연예인 및 공인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정치가일 수도 있다. 선을 가장한 위선의 탈을 쓴 채 사람들을 현혹하여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한 모든 위선자들을 이 작품은 꼬집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연극 작품을 보통 상연할 때, 과연 그 작품이 현재, 이 곳에서 상연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연출가들은 필수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충분히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상연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비록, 17세기 원작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이는 현재 사회에도 충분히 상통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참 세련되게 각색 및 연출된 작품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이, 정극 희곡 원작을 따르면서도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형식을 차용했다는 점이다.
코메디아 델라르테는 16세기 경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극의 양식이며, 주인공들은 가면을 쓰고 정형화된 인물을 연기하는 희극 형식이다. 이는 훗날의 연극의 기초가 된 양식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가면극의 시초라고도 불린다. 주인공들은 모두 표정이 그려진, 혹은 표정이 정해진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는데 이 때의 특징은 배우들이 가면을 통해 정형화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다. 대개 배우는 얼굴 표정이 연기의 일부이지만, 가면을 통해서는 정해진 표정밖에 지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가면은 그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을 모두 정형화 함으로써 특정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보이게끔 한다는 점이다.
이 작품이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형식을 어떻게 따르고 있을까?
일단, 배우들은 가면 대신 흰 피부에 각기 다른 표정의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무표정의 배우들조차 각자 맡은 캐릭터의 표정으로 보이게끔 한다. 이는, 각 캐릭터의 특징을 분장으로 정형화하여 표현한 것으로,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형식을 차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코메디아 델라르테에서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사용되는 막간극, 몸개그 및 즉흥 연기의 요소들도 나타난다. 과장되고 웃긴 몸짓들은 관객들을 폭소하게 하며, 중간중간 방백과 관객과의 즉흥적인 소통을 통해 희극적 요소를 극대화시킨다.
처음에 '타르튀프'의 내용을 각색하였다고 하였을 때, 원작과 같은 정극일 줄 알았다. 하지만, <위선자 탁선생>은 이러한 편견을 깨버렸다. 이 정극 희곡을 코미디로 세련되게 각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임도완 연출이 보여준 셈이다. 중간중간 랩을 하기도 하고 제법 현대적인 예술의 요소들도 포함이 되어있는데, 이질감이 하나도 없다. 그만큼 세련되게 현대 예술적 요소들을 연극에 결합한 것이다.
이제껏 다양한 고전 원작의 연극을 봐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히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을 읽고 가니 더 재미있었던 <위선자 탁선생>을 나는 상반기 최고의 연극이라고 칭하고 싶다.
타르튀프의 이토록 유쾌한 각색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