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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Jul 05. 2020

잡스와 머스크, 인식의 법칙.


며칠 전 테슬라 시총이 토요타의 시가총액을 넘어 249조를 달성했다. 하지만 생산량은 10만 대 남짓으로 토요타의 4% 밖에 되지 않는다. 토요타의 생산량은 240만 대, 그런데 고작 10만 대 생산하는 10년 된 기업이 어떻게 토요타를 제치고 시총 249조를 달성했을까? 테슬라의 설립자 일론 머스크의 마케팅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매우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인식의 법칙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테슬라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테슬라 주가가 치솟는 이유는 자동차 기업이 아닌 기술기업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바로 그 기술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 심리에 실망하게 되면 위워크처럼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아직까지 일론 머스크의 쇼맨십을 보면 그런 위기까지 가지는 않을 거 같다. 머스크는 기술과 미래 그리고 인류의 번영이라는 키워드로 일관된 비즈니스 비전을 제시하고 인식시켜 기대 심리를 유지할 것이다. 누구는 사기꾼이라고 하고 누구는 마케팅의 귀재라고 하겠지? 내 생각에는 둘 다 맞는 거 같다. 그럼 이제 잡스와 머스크가 소비자에게 인식의 법칙을 활용해 어떻게 시장을 장악했는지 알아보자.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Al Ries, Jack Trout





잡스의 인식의 법칙.

잡스는 본인이 창립한 회사에서 1985년 해고를 당한다. 그가 조직의 분위기를 망치고 이사회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당시 본인이 고용했지만 이사회를 장악한 존 스컬리에 의해 해고를 당한다. 당시만 해도 잡스는 거만하고 오만했다. 그가 애플에서 독립적으로 개발한 제품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또 애플에서 해고된 후 설립한 넥스트 또한 시장에서 큰 반응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해고를 당했어도 그에게는 많은 자본이 남아있었다. 우연한 이유로 루카스필름에서 픽사를 인수하게 되고 픽사에서 얻은 경험은 그를 다시 성공으로 이끄는 발판이 된다. 그 무렵 애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 애플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OS였다. 궁지에 몰린 애플은 넥스트의 인수를 결정하는데, 바로 넥스트에서 개발한 OS가 새로운 전환을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간략하게 요약한 잡스의 퇴출과 복귀다. 그렇게 1996년 잡스는 돌아온 탕아처럼 애플에 복귀한다. 잡스가 인식의 법칙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애플로 복귀 후부터다. 복귀한 잡스는 기존에 산재했던 제품 카테고리를 축소했고, 대대적인 애플의 이미지 쇄신 전략을 세우기 시작한다. 잡스가 복귀했을 때 애플은 더 이상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인식되지 않았다. 잡스는 다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 큰 필요성을 느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미친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Think Different' 캠페인이다. (영상에는 위대한 역사적 인물 아인슈타인, 간디, 존 레넌, 밥 딜런, 피카소, 에디슨, 찰리 채플린, 마틴 루서 킹 등이 나온다.)

'Think Different' 캠페인 영상 중 피카소.


역사적으로 위대한 위인들의 이미지를 애플에 인식시킨 것이다. 잡스는 이 캠페인을 슈퍼볼 광고에 송출하면서 애플이 다시 혁신의 기업으로 올라서도록 신호탄을 발사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명칭도 고유명사화 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애플의 제품을 컴퓨터가 아닌 'iMAC'으로 인식한다. 애플은 컴퓨터가 아닌 'iMAC'을 만드는 회사로 소비자에게 인식된다.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잡스는 '애플 컴퓨터'라는 회사 명칭에서 컴퓨터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한다. 그렇게 '애플 컴퓨터'는 '애플'이 되었다.

2007년 WWDC에서 컴퓨터 명칭을 삭제하는 잡스.


더 이상 컴퓨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님을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당시 모든 컴퓨터는 오프라인 전자 매장에서 판매되었다. 잡스는 그런 판매방식이 소비자에게 애플의 프리미엄을 인식시키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 판매가 미래의 판매방식인데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것에 전문가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전문가들은 잡스가 미래의 판매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깍아내렸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애플의 프리미엄을 인식시킬 수 없다. 프리미엄은 애플의 제품이 아닌 오프라인의 고급스러운 공간 안에서 인식된다. 그렇게 잡스는 버지니아의 타이슨 코너에 최초의 애플스토어를 열었다. 애플스토어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자재들, 그리고 비싼 임대료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는 고스란히 애플의 프리미엄을 소비자에게 인식시켰다. 당시 애플스토어는 갭(GAP) 매장에 버금가는 으리으리한 매장이었다.

애플스토어, 안이 들여다 보이는 통 유리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동경을 자아낸다.


그렇게 애플은 사치품으로서 소비자에게 인식되었다. 사치품으로서 프리미엄 전략은 후에 엄청난 수익률로 돌아온다. 그리고 매년 신제품 컨퍼런스를 개최하면서 스티브 잡스 본인을 애플의 상징으로 우상화시키기 시작했다. 마치 애플의 제품과 기술들이 잡스 본인이 모든 것을 개발한 것처럼 인식시키기 시작하면서 애플의 잡스가 아닌 잡스의 애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애플의 상징 스티브 잡스.


그는 그렇게 살아 있는 혁신의 상징이 되었고, 그 상징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인식되었다. 소비자들은 잡스를 선지자로 추종하기 시작했다. 선지자의 과오는 혁신이라는 허상으로 가려졌다. 수백만 달러의 재산이 있음에도 딸에 대한 양육과 존재를 법원에서 부정했고, 기부나 사회공헌은 한 푼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년의 백인 남성들만 채용했다. 또 당시에 어떤 기업 CEO도 할 수 없던 행동을 했지만 정부로부터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애플에서 보상 차원으로 받은 스톡옵션 백데이팅(스톡옵션 행사 시점을 주가가 낮은 과거의 어느 날로 허위 기재해 옵션을 행사하여 부당이익을 챙기는 행위)으로 부당이득을 챙겼지만 그를 제재하는 정부기관이나 정치인들은 아무도 없었다. 선지자를 건들면 추종자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란 걸 아는 정부는 잡스가 죽을 때까지 애플에 호의적이었다. 추종자들은 잡스가 '우주의 흔적을 남겼다'라고 말하지만, 스콧 갤러웨이(기업가이자 뉴욕 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잡스는 '우주에 침을 뱉었다.'라고 말한다. 잡스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심어놓은 인식은 애플의 유산이 되었다. 고가의 가격에도 매년 매출은 떨어지지 않고 오른다. 2015년 일사분기에 아이폰은 전 세계 스마트폰 선적 물량의 18.3%밖에 차지하지 않았으나, 스마트폰 업계의 전체 이익 가운데 92%를 차지했다. 생산비용은 낮추고 판매비용을 높인 프리미엄 전략은 애플에 엄청난 수익을 챙기게 해 줬다. 앞으로 애플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잡스의 인식의 법칙 유산은 애플을 계속 풍요롭게 할 것이다.




머스크의 인식의 법칙.

머스크가 처음 창업한 회사는 집투(ZIP2)라는 회사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대학시절부터 금융이 디지털화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집투를 컴팩에 매각하고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엑스닷컴을 창업한다. 1999년 문을 연 엑스닷컴은 일 년 만에 경쟁사였던 콘피니티를 인수 합병했다. 그들은 이메일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까지 함께했고, 이베이에 페이팔을 매각한다. 막대한 자본을 손에 쥔 머스크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테슬라의 시작이었다.

전기차의 시작, 테슬라.


당시 전기차 시장은 불모지였다.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보다는 석유차를 주력 모델로 내세우고 있었고, 전기차는 모터쇼에서 간간히 발표하는 눈요기 감에 불과했다. 그 당시 대부분 전기차의 디자인은 형편없었다. 머스크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의 스포츠카처럼 디자인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또 전기차만 주력으로 개발하고 판매하면 최초로 전기차만 판매하는 회사로 인식될 거란 걸 확신했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자 없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소규모 전기차 스타트업 업체를 인수하고 전기차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에 개발을 해도 양산은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또 개발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돈은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그는 자본 조달의 위해 상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았으며,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가 아닌 미래의 기술기업으로 인식시키기는 것이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잡스와 동일하게 본인을 미래의 설계자로 우상화시키기 시작한다. 하이퍼루프원이나 스페이스X, 솔라시티와 같이 미래 기술을 기반으로 한 머스크의 비즈니스가 그를 미래의 설계자로 인식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스페이스 X, 하이퍼루프 원, 솔라시티.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비전을 당시 화성에 식민지를 세운다는 목표로 삼았지만, 그가 동경하는 많은 우주 전문가들의 조롱과 비난을 받았다. 그들의 조롱과 비난에 머스크는 관련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로켓 소환 기술이 성공하면서 머스크가 이끄는 회사는 미래를 위한 기술 기업으로서 소비자에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음에도 인터넷 선구매 방식으로 차를 팔았다. 양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음에도 주문을 받고 차를 판매하는 방식을 본 전문가들은 사기꾼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또 환경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오바마 정부로부터 환경 지원금까지 받아내면서 위태로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테슬라의 파산위기는 여러 번 있었고, 당시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처음 개발한 것이 로드스터였는데 주행거리가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는 로드스터를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판매하면서 테슬라는 주목받기 시작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자신이 환경을 생각하고 차세대 에너지의 전기차를 타는 진보된 이미지로 인식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머스크는 이들에게 로드스터가 그런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설득해 판매를 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를 견학 중인 디카프리오.


그렇게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로드스터를 타면서 테슬라는 자연스럽게 미래 기술의 전기차로 소비자에게 인식되었다. 그렇게 미래의 기술기업으로 인식되면서 미래가치를 점점 인정받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양산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단차가 매우 심하다. 이음새가 틀어지기도 하고, 나사가 몇 개 빠져 있기도 하고, 몰딩이 찌그러져 있기도 하다.(테슬라는 이 부분에 대해 정책상 교환을 해주지 않는다.)

악명 높은 테슬라의 단차.


또 충분하지 않은 서비스 센터로 인해 차량 수리 서비스를 받는데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테슬라를 구입한다. 그 이유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아닌 미래 기술의 경험을 구입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2세대 기술을 5세대 기술인 것처럼 착각한다. 과연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일까? 기술 기업일까? 판단은 소비자의 인식에 달렸다.




인식의 법칙.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인식을 통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떤 것도 알아볼 수 없다. 인식의 법칙은 바로 이런 인식을 다루는 기술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도 소비자의 인식에 들어서지 못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제품과 서비스가 그렇게 훌륭하지 않음에도 훌륭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식되는 기업들도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게 되면 간접 인식으로 확장된다. 자신의 인식을 활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인식을 기반으로 구매 결정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인식은 점점 확산된다. 펩시는 만년 2등이다. 버거팅은 맥도널드를 추월할 수 없다. 그건 코카콜라가 콜라의 최초라는 인식을 펩시가 깨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버거킹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최초의 것이 더 낫다고 인식한다. 애플은 최초의 터치형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테슬라는 최초의 전기차만 판매하는 기업이다. 소비자들은 최초를 좋아하고 그것의 품질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닌, 인식의 싸움이다. 지금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참고자료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애슐리 반스]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플랫폼 제국의 미래 [스콧 갤러웨이]

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 트리스, 잭 트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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