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haun SHK
Apr 07. 2022
스무 살에 서울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부모님과 통화할 때면 부모님은 항상 나의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서울 생활은 할 만하니?"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지?"
이제는 부모님 연세가 꽤 많아졌음을 느낍니다. 특별히 무슨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퇴근 후 한 번씩 안부전화를 드리는 일이 예전보다 늘어났습니다.
"별일 없으시죠?"
"혹시 요새 몸 안 좋은 데는 없으신가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의 주체와 걱정의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이 나의 안부를 묻는 경우보다 내가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엔 부모님이 나의 안부와 서울생활을 걱정했지만
이제는 내가 부모님의 근황과 건강을 묻습니다.
이제는 나에게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부모님에게 하소연하면서 걱정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부모님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힘을 실어 드릴 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문득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보호자 없이도 단단하게 서 있을 수 있고,
누군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기꺼이 도울 준비가 되었다면,
진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기분입니다.
성년이 되었을 때 법적으로 어른이 되었음을 알았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경제적으로 어른이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어른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아직 미숙한 행동을 하거나 부족한 면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른이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언제서야 어른이 될까 했는데 알아채지 못하게 변해 오고 있었나 봅니다.
넘어지고 흔들리면서 나도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