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 오락영화 속 디스토피아

가상현실 세계와 디스토피아

by Shaun SHK

게임산업의 성장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비디오 게임을 접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게임팩만 꽂으면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어려운 미션을 하나씩 수행해 나갈 땐 게임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황홀감이 느껴졌습니다. 행여나 망가질까 봐 게임을 끝낸 후엔 보자기에 잘 싸서 보관해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와 같은 80년대생에게 비디오 게임은 유년시절의 아련한 추억일 것입니다. 형이랑 서로 게임을 하겠다고 다투다가 어머니께 등짝을 맞고 등이 아린 날도 많았지만 말입니다.


한 유명 프로게이머의 연봉은 약 30억 원이 훌쩍 넘어 국내 프로야구 최고 연봉보다도 더 높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돈이 모이고, 거기에서 특출 난 활약을 보여주는 사람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이 따릅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게임은 수많은 눈과 귀가 몰리고 기록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새로운 흥행 산업입니다.


게임회사 주가가 신작과 함께 폭등하기도 하고 게임 모델로 세계적인 영화배우, 가수들이 등장합니다. 앞으로 게임산업의 성장 속도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단 몇 분 안에 새로운 세계로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물론 여전히 게임에 몰두하다가 등짝을 맞는 꼬마들은 많겠지만 말입니다.


영화 속 배경

영화는 2045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게임 속 가상현실이 사람들의 중요한 일부가 된 세계가 그려집니다.

영화에서 사람들을 심취하게 만든 것은 '오아시스'라는 거대한 가상현실 세계입니다. '오아시스'로 접속하면 나의 아바타가 다른 아바타들과 교류하며 또 다른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오아시스'의 창시자 제임스 할리데이가 3개의 미션을 달성하면 오아시스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유언을 남기며 떠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대중문화 속에 힌트가 있음을 알립니다.

'오아시스' 창시자 제임스 할리데이
게임과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주인공 '웨이드'

주인공 ‘웨이드'가 첫 번째 미션 달성에 성공하지만, 이후 ‘IOI’라는 거대 조직이 개입하면서 가상현실 세계 패권을 둘러싼 치열하고 화려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가상현실 : 아바타가 만드는 세계

영화에서 전 세계인을 심취하게 만든 것은 바로 아바타를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입니다. 가상현실 공간에서 내가 창조한 아바타가 다른 아바타들과 교류하며 또 다른 삶을 만들어 나갑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다지 매력 없는 사람이더라도 '오아시스' 속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대단히 흡입력있고 흥미로운 캐릭터가 될 수 있습니다.


접속과 동시에 현실의 모습은 사라지고 내가 원하는 외모를 갖추고 내가 지시하는 대로 행동하는 아바타만이 등장할 뿐입니다. 가상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아바타의 모습과 행동일 뿐 실제의 모습은 서로 알 수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가상현실 '오아시스' 속 아바타

다가오는 가상현실 세계

가상현실은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아직 영화에서와 같은 거대한 가상공간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가상현실 기술은 나날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게임회사는 보다 현실 같은 가상공간 창조를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기술이 더욱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영화 속 오아시스와 비슷한 초대형 가상현실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내가 조종하는 아바타가 가상현실 속에서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또 하나의 자아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가상현실과 디스토피아

하지만 미래 모습이 마냥 장밋빛으로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영화에는 가상현실에 지나치게 빠져버린 나머지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현실의 조건이 좋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현실세계를 뒤로 하고 가상현실에 접속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인간이 자유를 추구하고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존재라면, 힘든 현실로부터 도피하여 흥미진진한 가상세계로 접속하는 경향도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세팅된 프로그램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외모, 성격, 감성을 가진 새로운 자아를 창조해 낼 수 있고, 아바타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현실 속의 내가 만드는 세상보다 더 나은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상현실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현실세계는 점점 더 피폐해질 것이고, 피폐해진 현실을 뒤로하고 가상현실로 접속하는 횟수가 많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어쩌면 가상현실을 현실의 대체재로 삼아 아예 사이버 세상 중심으로 생활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영화 속 빈민가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심취해 있는 모습은 가까운 미래의 어두운 단면이 될지도 모릅니다.


영화 특유의 과장이 있긴 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이 그리는 세계는 우리의 내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나는 오락 영화에 언뜻언뜻 비치는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에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는 한없이 경쾌하고 즐거웠지만 적절히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는 우리의 미래는 대단히 무겁고 어두울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사회 모습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때는 게임을 많이 한다고 등짝 때려주는 사람이 그리워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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