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페인 - 세비야, 햇살 좋은 남부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있는 도시
by Shaun SHK Apr 25. 2020
*늦게 쓰는 스페인 여행기 - 감염병이 잦아들길 바라며
세비야 기차역에서 내린 후 시내로 가는 택시를 탔습니다.
선글라스를 맵시 있게 쓴 택시 기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느닷없는 택시 안 열창에 당황했지만 사람의 감정은 옆으로 잘 전파되나 봅니다. 덩달아 기분이 흥겨워졌습니다.
같이 추임새라도 넣어주면 좋겠지만 처음 듣는 노래라 호응이 어려웠습니다.
택시에서 내릴 때 엄지 손가락을 세우고 빙긋이 웃어주며, 당신의 흥과 노래에 나도 유쾌했음을 넌지시 표현했습니다.
짤막한 택시 공연이 끝난 후 내린 곳은 세비야 대성당 바로 옆의 광장이었습니다.
싱그러운 햇살과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남부 지역 방문을 환영해 줍니다.
스페인에 오려고 했던 이유,
맑고 화창한 날씨와 따사로운 햇살이 여기 세비야에 한가득 있었습니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4월 초순이었지만 반팔 옷을 입은 사람들도 꽤 보입니다.
서울에서는 회색빛 건물과 교통체증으로 늘 답답했는데, 여기 세비야에서는 쾌청한 하늘과 거리의 생동감이 세상을 알록달록하게 채색해 주는 기분입니다.
흑백 TV를 보다가 갑자기 컬러 TV를 보게 된 기분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무채색 같던 일상이 컬러풀한 휴가로 바뀌어 있습니다.
세비야는 이질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가톨릭을 위한 세비야 대성당이 웅장하게 자리한 가운데, 옆에는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히랄다탑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과거 스페인 남부 지역이 이슬람 문명의 통치하에 있던 시절의 흔적들이 남아 있어서 다른 유럽 지역과는 다른 특색들이 보입니다.
늠름한 말들이 이끄는 마차가 주요 관광명소들을 오가는 와중에 현대적인 트램은 깨끗한 거리를 가로질러 지나갑니다.
고풍스러운 문화유산들을 잘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편의성을 조화롭게 배치해 놓았습니다. 수백 년 된 건축물 옆으로 매끈한 트램이 지나다니는 풍광이 마음에 듭니다.
발걸음을 옮겨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스페인 광장에 도착할 무렵엔 구름도 많아지고 날씨가 변덕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쨍하게 화창한 하늘은 아니었지만 낮게 깔린 구름이 나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탁 트인 광장에 서니 여행의 긴장과 피로가 풀리는 느낌입니다.
스페인 광장의 바닥에는 작은 돌멩이들이 빼곡히 깔려 있습니다. 밑창이 얇은 신발로 걸어 다니면 지압 효과가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과 광장의 바닥의 돌멩이까지, 여행자의 시선에는 모든 것이 이색적이고 즐겁습니다. 낯선 풍경들을 즐기며 열심히 눈 셔터를 눌러댑니다
스페인 광장에는 광장 전체를 둥글게 감싸는 수로가 있습니다.
길이가 길거나 폭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광장을 운치 있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가끔씩 배를 타고 오붓하게 노를 젓는 가족들이나 연인들이 보입니다. 탁 트인 스페인 광장에서 여유로이 노를 젓는 기분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은 한가로움일 것 같습니다.
여유롭게 스페인 광장의 낮 풍경을 감상하고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세비야 시내에는 맛집들이 많습니다. 미슐랭 가이드에 오르는 고급 식당들도 있고 여행가이드 어플에서 후한 평점들을 받는 적당한 가격대의 식당들도 많습니다.
방문한 식당도 나름 평점 높은 곳이라 자리가 꽉 찼던 기억이 납니다. 제공되는 음식들은 보기에 좋아야 먹기 좋다는 것을 아는지 플레이팅에도 신경 쓴 흔적들이 엿보입니다.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세비야에서의 식당 탐방들이 꽤나 즐거울 것입니다. 남부 지역의 음식이 대체로 맛있고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식사를 마치고선 스페인 광장의 밤 풍경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스페인 광장이 노란 조명과 함께 밝게 빛납니다.
낮에 비해 눈에 띄게 한산해진 광장이지만 마차를 타고 낭만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몇몇 보입니다.
스페인 광장의 밤 풍경을 보며 마차를 탄 사람들에겐 그날의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이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낮의 스페인 광장은 탁 트인 시원함을 주고,
밤의 스페인 광장은 보석 같은 영롱함을 뽐냅니다.
세비야는 조화로운 도시입니다. 가톨릭을 위한 건축물 옆에 이슬람 양식의 탑이 세워져 있고, 고전적인 관광 마차들 사이로 현대적인 트램들이 부지런히 승객들을 실어 나릅니다.
규모에서부터 압도적인 웅장한 세비야 대성당이 도시 한가운데 있지만, 주위의 구시가지 골목골목은 아기자기합니다.
대도시처럼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소도시처럼 작고 심심하지도 않습니다.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하면서도,
교통 체증과 붐비는 인파에 치이지 않아도 됩니다.
이슬람과 가톨릭 양식의 건축물들이 나란히 있고,
관광객을 실은 마차와 통근 시민을 실은 트램이 엇갈려 지나갑니다.
4월에 방문한 세비야는
활력과 한적함이 교차하고,
낭만과 일상이 함께하는 조화로운 도시였습니다.
그렇게 세비야에서의 첫날이 기분 좋게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