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션라이트 Feb 05. 2024

#6. 불편한 배려

글 쓰는 것과 사진 찍는 건 참 닮았어!


일주일 잘 보내셨나요?

24년 시작을 얼마 전에 한 것 같은데 1월을 마무리하고 벌써 2월이 시작되었네요.

최근에 글 쓰기가 재미있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매주 디자인 스터디를 하는데요, 사람과 문화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번 주 월사단 글의 키워드는 사람의 태도와 글쓰기가 되었어요.


contax t3 @paris




새로운 북카페를 발견했다.


층고가 높고 통창으로 마포구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북카페.

설렘을 가득 안고 꼭대기 층인 5층에 자리를 잡았다. 멘토링 수업이 있어서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살펴보고 있었다. 프로덕트 디자인의 시작인 문제 정의. 학생들 과제를 보면서 제일 어려운 것도 문제 정의라고 생각하는 순간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대화가 여과 없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너가 N이라서 그래
그러니까 결론부터 먼저 말해봐바


이제 가다듬은 평온한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대화였다. 요즘 아무리 MBTI가 유행이지만 N이라서 그렇다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 것 같아?
S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모든 S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편향된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살펴봐야 할 과제는 좀 더 많이 남았지만 그보다 지금 이 이야기의 결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넌 진짜 N이다.


이해를 못 한다는 상대방의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는 말이었다.

우리가 상대방의 MBTI를 물어보는 건 그 사람을 이해하고 위한 마음이 크다고 생각한다. 같다면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르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으로 중요하다.




너가 그렇게 자꾸 뚱딴지같은 말을 해서 우리가 유레카하는 아이디어는 나왔지만
그게 논리는 안 맞는 거 알지? 설득력은 부족해.


유레카 하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던 건 N의 장점 중 하나인 '아이디어 발산' 능력이다.

N의 큰 장점으로 함께 논리를 정리하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텐데 하는 내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팀으로 일한다는 건 혼자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야 이상적인 팀이라 생각한다.


나는 작업한 결과물을 최대한 많은 동료에게 보여주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가 보여주는 거에 비해 더 많이 보여주는데, 동료의 의견을 들어보면 내가 보지 못하는 면을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다. 기능이 더 넓은 세상에 출시되었을 때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니까. 이 과정으로 내 생각도 더 유연해지고,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과 일하는 걸 좋아한다.




너는 N이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난 T라서 결론부터 정리해서 말해줘.


강압적인 태도로 참 불편한 배려다.

상대방에게 나에게 맞춰 달라고 말하는 건 배려가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맞춰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누구 한 명의 기준으로 강압적으로 맞춰야 한다면 좋은 결과물은 나오기 어려워 보였다.


나는 타인의 다른 관점을 먼저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고 이해한 관점으로 내 생각을 풀어서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잘 듣는"연습과 훈련이 된다. 어디서 배운 건 아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터득한 방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동료들과 좋은 관계로 일하면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온 것 같다.  (근데 요즘 커뮤니케이션 관련 책을 보면 참 많이 나와 있는 내용으로 자주 나오더라고요)


아무튼, 저 대화의 결론이 너무 궁금했었는데,

나이와 경험의 차이가 원인이라며 이야기의 결론도 논리적으로 끝났다.


본의 아니게 들린 대화로 인해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난 강압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 적이 없을까? 다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여러분은 어떤 타입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나요?



리코 GR2 @paris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 건 어떤 경험일까?


함께 여행을 다녀오면 친구들은 내가 찍은 사진을 늘 보내 달라고 한다.

같은 곳에 가서 같은 걸 보고 같이 사진 찍었지만 나의 사진을 보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같은 장소에 갔지만 각자의 시선으로 다르게 찍은 걸 볼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찍은 사진이 다를 수밖에. 아마 내가 보는 시선을 담은 사진이 보기 편한가 보다.


fujifilm XH2S @나오시마



글을 쓸수록 사진과 닮아있다고 생각 드는 요즘 글쓰기가 참 재미있다.

현상을 관찰하거나 경험하고, 내가 편집해서 만들고 다시 살펴보고 포스팅하는 과정이 똑 닮아 있다. 게다가 사진도 편집 기술이 있어야 하듯 글을 쓰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볼 수 있는 게 사진이라고 생각하는데,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같은 공간을 경험해도 글을 써보면 그 사람의 시선과 생각을 바탕으로 문장의 형태,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 등에 따라서 글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 주는 글 쓰는 관점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게 없을까 생각한 아이디어.

같은 경험하고 각자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서로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느끼는 감정이나 묘사가 달라질 것 같았다.



싸이월드를 써본 사람이라면 잘 알 테지만, 커플 다이어리 기능이 있었다.

캘린더의 날짜 기반으로 사진도 첨부하고 글을 쓰는 기능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했다.

커플뿐만 아니라 육아 일기, 가족 일기까지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해 볼 수 있다.


근데 우리는 왜 커플 다이어리 같은 글를 썼을까?

누군가 좋아하게 되면 생각나고 보고 싶어 진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고, 더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

이런 감정을 예전에는 글로 적거나 그림으로 그렸다. 편지나 엽서에 담아 보내거나 전화로 마음을 전했다. 그런 형태가 지금의 메신저로 넘어오게 된 거다. 하지만 빠르게 오가는 대화 속에 더 애틋한 감정의 표현이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닐까. 결국 나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마음도 알아가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인데, 해결하는 서비스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는데 ‘데이원‘ 서비스에서 공유 저널이라는 기능을 딱 출시했다. (내가 만들려고 했는데...)


https://videopress.com/v/qcNMaqkB



커플끼리 가족끼리 함께 쓰는 저널인데, 내가 아이데이션 한 내용과 유사했다.

이미 썸원, 기억나무 등의 커플 다이어리 서비스가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하고 조금 더 긴 글을 쓰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어찌 되었든 이런 기능과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은 글 쓰는 니즈는 점점 늘어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인스타그램에서도 요즘에는 긴 글을 많이 보게 되고, 쓰레드의 피드까지 보인다.

네이버 블로그의 사용자도 점차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결국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건 글이 가진 본질의 힘이 아닐까.


contax t3 @한강공원


최재천 교수님의 이야기로 오늘의 월사단을 마무리하면,

동물들 중에서 정보 교환을 하는데 글을 쓰는 건  인간밖에 없고,

결국 호모사피엔스의 삶의 끝에는 쓰기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출처: https://youtu.be/2fVgRqYEikc?si=kjVJuH7d-MQp9AtU&t=3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