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으로 돌아본 나의 인생 그리고 초보 운전자의 요술램프
월사단은 한 주의 생활 속 경험과 인사이트를 사진과 함께 매주 글로 발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제목을 읽고 면접은 다 주관식이지 무슨 말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참 많은 회사의 면접을 보고 준비도 했지만, 이런 면접은 처음이었다.
사실 취준생 때 승무원을 준비했었는데, 그때 연습한 게 도움이 되어서 면접에 대한 답변은 늘 준비된 상태였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면접에서 준비할 수 있는 건 직무의 기술이나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일 어려운 건 회사와 결이 잘 맞는지 알아보는 컬처핏 면접이다. 컬처핏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면접관 입장에서 좋은 질문하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러분은 커리어 패스에서 방황한 기간이 있나요?
나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경력의 시작은 19년부터다.
여러 경로를 지나왔지만 디자이너가 되고자 16년도에 결심하고 19년에 대학원을 갔다.
그 이전까지 다양한 일을 했는데,
그 시기를 난 잃어버린 7년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3년 그리고
진학을 위한 목적으로 돈을 모으기 위해 작은 회사에서 4년 일했다.
작은 회사에서는 기술 영업을 담당했었는데,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 했다. 회사 내에서 진행하는 콘텐츠 마케팅부터 인쇄, 광고, 세미나 등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했다. 직무의 선 넘는다고 할 수 있지만, 행사의 내용은 영업 사원이 제일 잘 알고 있었고 결과물도 괜찮아서 마케팅팀은 더 좋다고 했었다. 그렇게 디자인과 관련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끈을 붙잡기 위해서 노력했었다.
3시간 동안 세 사람과 한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었다. 2시간 동안 현재의 나보다 지난 잃어버린 7년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정말 이 사람(=나)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결정하고 성장해 왔는지 들어보고 싶다는 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직무에 관한 내용을 질의하기 마련인데 이력서에 나와있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 지금의 업무와 다른 경력에 대해 물어보는 게 새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이 반전이었다.
지금 시간까지 질문에 답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내가 질문해야 했다. 질문을 준비하지 않은 당황스러움과 이상한 질문하지 않을까 걱정에 불안했다. 1시간 정도 질문을 해야 하니까 머릿속으로 큰 개념부터 작은(=개인) 개념으로 질문을 구조화하면서 최대한 다방면을 볼 수 있도록 물어보니 1시간이 금방 흘렀다.
“질문으로 션라이트님이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3시간의 면접을 끝맺으셨다.
아차.
그러고 보니 '문제를 객관식 유형만 풀었지, 면접이 주관식이라면 이런 방식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질문을 구조화해서 의식적인 기준으로 진행했었지만, 평소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왜’를 생각하는 관점이 무의식적으로 묻어났었다. 질문하는 방식의 면접은 처음이라서 신선하면서도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결과를 떠나서 오랜만에 참 많은 걸 배운 면접 과정이었다.
제품을 사면 늘 함께 동봉되어 있는 설명서
특히 카메라처럼 기능이 복잡한 전자기기인 경우 묵직한 작은 책 수준의 분량이다.
애플도 예전에는 설명서가 있었는데 이제는 사과 스티커 한 장 덜렁 주지만.
나는 전자 제품을 켜기 전에 설명서를 어릴 때부터 잘 읽어보는 편이었다.
설명서 내용 자체는 참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읽어보는 이유가 있다.
제작자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할 수 있고, 어떻게 사용하길 바라는지 디자이너의 생각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물어보면 나처럼 꼼꼼하게 읽는 사람이 잘 없어서 유난스럽단 생각도 했다.
비슷한 생각이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특히 자동차를 처음 운전했을 때는 처음 보는 아이콘이 많아서 더 자세하게 읽어봤다.
아무래도 긴장된 상태에서 잘못 운전하면 행여나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초보 운전 스티커가 선명하던 시절의 어느 날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동을 켬과 동시에 계기판에 요술램프 같은 불이 켜졌다.
아니, 이게 뭐람...
방금까지 고요하던 내 마음을 뒤흔든 요술 램프 같은 이 녀석
빨간색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기름이 없는 건가 싶었다. 주유등을 보니 E 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었다.
다급한 마음에 시동을 끄고 조수석에 있는 서랍을 열어 소설책 두께의 자동차 설명서를 정독했지만 무얼 의미하는지 쉽게 와닿지 않았다. 운전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이 끝인 줄 알았지만, 역시 초보 운전의 현실은 이제부터라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초보 운전일 때 비 오거나 심야에 운전한 경험이 있나요?
어두운 심야에 비까지 오면 더 대박이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너무 긴장되는 마음에 대낮처럼 환하게 나의 길을 밝게 비춰주는 쌍라이트(상향등 라이트)를 켜놓고 룰루 랄라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했다. 쌍라이트인 줄 알았다면 켜지 않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지해서 정말 운전 매너가 없었다.
자동차에서 쓰는 아이콘은 초보자에겐 멘탈 모델이 형성되지 않았고,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자주 보거나 개념이 아니라서 어려웠다. 지금도 다른 사람의 차량을 운전하면 차종마다 조금씩 달라서 지금도 적응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 지난주 재미있는 백서로 공감이 크게 가서 기억에 남았다.
쏘카 디자이너가 차에서 마주하는 아이콘들을 백서처럼 재미있게 풀어냈다.
나무위키에도 정리가 잘 되어 있지만 찾아보기에는 사용하기에는 썩 좋진 않다. 사이트를 둘러보면서 참 재미있단 생각한 경고등닷컴
세상은 디자이너 관점에서 보면 참 불편하고 문제 투성이인 환경이다.
쏘카의 디자이너도 나와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열심히 작업해야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 같다.
이번 주도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작업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