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정답은 없다

퀴즈쇼- 김영하

by 이브와 아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삶의 문제들의 답을 찾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가치관 차이, 상황적 맥락 속에서 우리의 판단은 때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기 부지기수다. 때로 힘든 문제는 개인의 행동이 아닌 외부의 물결로부터 오기도 한다. 특히 빈곤한 경제적 상황, 불우한 가족 배경은 현대 사회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나기 힘든 장애물로 자리잡는다. 수많은 청춘들이 이러한 안개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청춘들을 위로하고 조언해주는 이야기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문제 앞에 선 사람은 무력하다. 이야기의 주인공 민수는 고아인 데다가 돈을 펑펑 쓰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겨주신 빚더미 속에서 허덕이는 삶을 살아갔다. 주변에 도움 청할 혈육 하나 없고 자신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빚이라는 벽 앞에서 민수는 그냥 던져졌다. 그나마 없던 인간관계마저 스트레스, 배신 등의 잘못된 화학작용으로 무너지고 그는 철저히 고립되었다.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답이 없었다. 답을 구하는 행위에 대한 갈구였을까, 그는 인터넷으로 어쩌다 퀴즈 채팅방을 접하게 되고 퀴즈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현실의 고통을 퀴즈를 통해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청춘의 무기력증을 엿볼 수 있다. 다만 그 무기력은 결코 우리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거슬러 올라가기엔 파도는 너무 강하다. 취업난, 경쟁사회,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불안정하게 흘러가는 사회 구조, 금수저 울타리 등의 외압으로 우리는 미래를 향한 시야를 잠시 닫고 수많은 개개인들의 퀴즈쇼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게임 속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TV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속에서 살아가기도 하며 우리만의 우상들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는 (어쩌면 지나치게 기대하는) 고통에서 해방된다.


수많은 청춘들의 친인척들은 우리에게 기대를 갖고 있다. 좋은 학교에 가길 바라는 기대, 좋은 직장에 대한 기대, 좋은 배우자와 성공적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것에 대한 기대, 출산에 대한 기대, 그럼 거기서부터 다시 자녀가 좋은 학교에 가길 바라는 기대로 시작해 마치 멈추지 않는 회전목마처럼 우릴 어지럽혀놓는다. 작가 김영하는 이런 아픈 기대와 바람 속에 지친 청춘들을 아예 그들만의 퀴즈쇼 속에서 살게 한다. 그리고 거기서도 성공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결코 장벽을 넘을 수 없고 안개를 뚫을 수 없고 파도를 거스를 수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비관만을 담고 있지 않다. 민수는 퀴즈 채팅방에서 새로운 사랑 지원을 만났다. 그녀가 어떤 혈육도 민수에게 해주지 못했던 장벽과 안개를 초월한 사랑과 이해를 베풀었기 때문에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바로 그 동력으로 살아가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마치 민수가 같은 단칸방에 살아도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땐 비관적이지 않았던 것처럼, 그런 시너지 효과가 있다면 밑바닥부터 시작해도 힘들지 않을 것이다. 토닥여주고 힘을 북돋아줄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이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기에. 그렇게 우리는 개개인들의 퀴즈쇼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한 시야를 여는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