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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른 곳, 네덜란드

by 니은

네덜란드 헤이그, 로테르담, 암스테르담을 일주일 가까이 여행하고 왔다.

카디프에서 암스테르담을 연결하는 KLM(네덜란드항공)이 운항 중이어서 편하게 다녀왔다.

네덜란드는 땅덩이가 작아서 이 세 도시를 기차로 이동하는 데 30분~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유럽 친구들은 헤이그를 가장 좋아하는 도시로 꼽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헤이그도, 로테르담도 비교적 차가 적고 자전거가 많고 귀여운 트램이 도시를 누비는 청정도시 느낌이다.

암스테르담은 좀 더 규모가 크지만 문화적인 볼거리가 더 풍부하다.


I_amsterdam_(9259130734).jpg @ www.dezeen.com / kevinmcgill from Den Bosch, Netherlands

최근에 암스테르담을 상징하는 'I amsterdam' 사인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레이크스미술관 앞 광장에서 사라졌다. 12월 초에 치웠다고 한다. 2004년 설치된 후로 관광객들이 꼭 한번은 이 사인 앞에서 사진을 남길 정도로 인기를 끈 설치물인데 왜 치웠을까. 슬로건 바로 옆에서 크리스마켓을 운영해 온 상인들은 어리석은 커뮤니스트들이 인기 있는 슬로건을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치워버렸다고 혀를 찼다.


뉴스를 찾아보니 꽤 재미있는 배경이 있었다(https://www.dezeen.com/2018/12/05/i-amsterdam-sign-removed-council-mass-tourism/). 암스테르담 의회가 '성공한 슬로건'으로 널리 알려진 이 설치물을 치운 건 사인이 도시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과도한 투어리즘을 조장한다는 우려 때문인가보다. 다양성, 포용, 연대를 지향하는 암스테르담의 이미지와 맞지 않고 85만명 남짓한 도시 인구 대비 너무 많은 관광객들을 유인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나보다.


암스테르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구석이 있구나 싶은 부분들이 꽤 많다. 로테르담에 가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 큐브하우스 같은 건축물을 꽤 만날 수 있다. 건축주 입장에선 당연히 적은 돈을 들여 최대한의 공간을 뽑아내는 건축을 생각할텐데 이곳에선 어떻게 저런 실험적인 건축물을 그것도 주거용으로 만들었을까 싶다.


KakaoTalk_Photo_2018-12-19-22-12-41.jpeg @ bikes everywhere even in winter

암스테르담에서 합법화돼 있는 성매매와 대마초, 마리화나 같은 마약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에선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고 '커피숍'은 합법적으로 소프트한 마약을 살 수 있는 곳이다. 대마 씨앗이나 화분을 사서 재배도 할 수 있고, 파티용 마약이나 마약류로 만든 사탕 같은 군것질류도 곳곳에서 구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홍등가 거리에 가면 40~60유로 안팎에 무대에서 라이브로 섹스를 하는 쇼를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매춘여성과 흥정을 통해 직접 섹스를 할 수도 있다. 밤이면 홍등가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마약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현지 사람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두번은 호기심에 접해볼 수 있어도 대다수는 스스로 중단하고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쉽게 구할 수 없고, 음지에서만 가능할 때 오히려 마약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나보다. 커피숍에 사람이 드글드글한 건 사실인데 또 미국이나 영국처럼 마약이 꽤 사회문제시 되는 나라에 비해 네덜란드가 더 심각한지는 잘 모르겠다.


성매매도 마찬가지다. 불법화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니 양성화해서 관리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무대 위에서 실제 섹스하는 장면을 쇼로 만들어 돈을 받고 파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고, 슬프지 않나 생각했다. 자본주의에서 성을 매개로 할 수 있는 극단의 비즈니스를 암스테르담에서 경험할 수 있다...


자동차 대신 트램이나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고,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 강국이라는 점은 매력적이다. 요즘 유럽 각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마음에 드는 곳은 나중에 논문쓸때 한달씩 살아봐야지 생각을 하곤 한다. 흠.. 네덜란드에선 그럴 만한 도시까진 아직 못 만나긴 했다. 음식문화가 생각보다 실망스러워서 그런 부분이 큰 것 같긴 하지만, 재미있고 매력적인 부분도 많은 도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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