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은 Dec 21. 2018

우리와 다른 곳, 네덜란드

네덜란드 헤이그, 로테르담, 암스테르담을 일주일 가까이 여행하고 왔다.

카디프에서 암스테르담을 연결하는 KLM(네덜란드항공)이 운항 중이어서 편하게 다녀왔다.

네덜란드는 땅덩이가 작아서 이 세 도시를 기차로 이동하는 데 30분~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유럽 친구들은 헤이그를 가장 좋아하는 도시로 꼽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헤이그도, 로테르담도 비교적 차가 적고 자전거가 많고 귀여운 트램이 도시를 누비는 청정도시 느낌이다.

암스테르담은 좀 더 규모가 크지만 문화적인 볼거리가 더 풍부하다.


@ www.dezeen.com / kevinmcgill from Den Bosch, Netherlands

최근에 암스테르담을 상징하는 'I amsterdam' 사인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레이크스미술관 앞 광장에서 사라졌다. 12월 초에 치웠다고 한다. 2004년 설치된 후로 관광객들이 꼭 한번은 이 사인 앞에서 사진을 남길 정도로 인기를 끈 설치물인데 왜 치웠을까. 슬로건 바로 옆에서 크리스마켓을 운영해 온 상인들은 어리석은 커뮤니스트들이 인기 있는 슬로건을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치워버렸다고 혀를 찼다.


뉴스를 찾아보니 꽤 재미있는 배경이 있었다(https://www.dezeen.com/2018/12/05/i-amsterdam-sign-removed-council-mass-tourism/). 암스테르담 의회가 '성공한 슬로건'으로 널리 알려진 이 설치물을 치운 건 사인이 도시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과도한 투어리즘을 조장한다는 우려 때문인가보다. 다양성, 포용, 연대를 지향하는 암스테르담의 이미지와 맞지 않고 85만명 남짓한 도시 인구 대비 너무 많은 관광객들을 유인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나보다.


암스테르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구석이 있구나 싶은 부분들이 꽤 많다. 로테르담에 가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 큐브하우스 같은 건축물을 꽤 만날 수 있다. 건축주 입장에선 당연히 적은 돈을 들여 최대한의 공간을 뽑아내는 건축을 생각할텐데 이곳에선 어떻게 저런 실험적인 건축물을 그것도 주거용으로 만들었을까 싶다. 


@ bikes everywhere even in winter

암스테르담에서 합법화돼 있는 성매매와 대마초, 마리화나 같은 마약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에선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고 '커피숍'은 합법적으로 소프트한 마약을 살 수 있는 곳이다. 대마 씨앗이나 화분을 사서 재배도 할 수 있고, 파티용 마약이나 마약류로 만든 사탕 같은 군것질류도 곳곳에서 구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홍등가 거리에 가면 40~60유로 안팎에 무대에서 라이브로 섹스를 하는 쇼를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매춘여성과 흥정을 통해 직접 섹스를 할 수도 있다. 밤이면 홍등가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마약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현지 사람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두번은 호기심에 접해볼 수 있어도 대다수는 스스로 중단하고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쉽게 구할 수 없고, 음지에서만 가능할 때 오히려 마약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나보다. 커피숍에 사람이 드글드글한 건 사실인데 또 미국이나 영국처럼 마약이 꽤 사회문제시 되는 나라에 비해 네덜란드가 더 심각한지는 잘 모르겠다. 


성매매도 마찬가지다. 불법화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니 양성화해서 관리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무대 위에서 실제 섹스하는 장면을 쇼로 만들어 돈을 받고 파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고, 슬프지 않나 생각했다. 자본주의에서 성을 매개로 할 수 있는 극단의 비즈니스를 암스테르담에서 경험할 수 있다... 


자동차 대신 트램이나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고,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 강국이라는 점은 매력적이다. 요즘 유럽 각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마음에 드는 곳은 나중에 논문쓸때 한달씩 살아봐야지 생각을 하곤 한다. 흠.. 네덜란드에선 그럴 만한 도시까진 아직 못 만나긴 했다. 음식문화가 생각보다 실망스러워서 그런 부분이 큰 것 같긴 하지만, 재미있고 매력적인 부분도 많은 도시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네덜란드 낭만겨울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