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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Dec 24. 2018

베네치아, 걷고 먹는 재미

이탈리아는 겨울이 여름보다 좋더라

@ 물의 도시 베네치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두 번째 여행을 왔다.

예전엔 여름, 이번엔 겨울에 찾았다. 

여름엔 덥기도 하지만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크게 춥지도 않고 비교적 한적한 겨울이 더 낫다.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기차를 타고 4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베네치아. 역을 나오자마자 아름다운 운하가 반겨줬다.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도시 곳곳을 속속들이 흐르는 로맨틱한 도시 ㅎㅎㅎ 너무 좋다!


베네치아는 뻘로 이뤄진 땅에 수많은 말뚝을 박아 지반을 다지고 건물을 쌓아올린 정말 특색있는 도시다. 신기하게도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같은 바퀴로 움직이는 것들이 금지돼 있다. 걷거나 곤돌라, 수상택시를 이용하는 게 이동수단의 전부다. 


@ 안개낀 베네치아 

수상택시는 시간당 7.5유로, 이틀 이용권을 사면 30유로 정도인데 굉장히 비싸다. 곤돌라는 30분에 80유로부터 시작한다. 한번쯤 곤돌라를 타보는 목적이 아니면 베네치아에선 걷는 걸 추천한다. 


한때 세계 최대의 해상무역도시 베네치아는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산 마르코 광장에 가면 종탑에 올라갈 수 있는데 베네치아를 내려다보면 오밀조밀한 도시 전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뭐니뭐니해도 베네치아 최고의 여행은 골목을 무작정 걷는 것과, 맛있는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다.! 얼마전 여행했던 네덜란드에서 음식에 실망을 한 탓에 이탈리아 여행을 무지 기대했다. 영국에 온 이후 몇 달만에 밖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사먹는단 말인가!! ㅎㅎ


이탈리아는 음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베네치아는 이 지역 베네토주에서 나는 향긋한 와인과 해산물이 들어간 현지 요리를 흔히 찾을 수 있다. 단, 현지 식당을 고르는 데는 좀 공을 들여야 한다. 오래된 관광지라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싼 값에 질이 낮은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같은 전공에 있는 이탈리아 친구가 마침 베니스 출신 남친과 사귀고 있어서(ㅋ) 베니스에 가면 관광지 주변 말고 으슥한 골목 어귀에 숨겨진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식당에 가보라고 추천해줬다. 음식 메뉴가 한, 두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고(맛집은 메뉴 가짓수가 많지 않다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다) 자릿세(coperto)가 비싸지 않으면서(2유로 이하가 적당, 3유로도 싼 편은 아니다) 영어메뉴나 그림판 메뉴가 없는 곳이 힌트다.


요즘은 구글을 치면 현지인들이 높은 평점을 매긴 식당들이 나온다(네이버 검색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번에 베네치아에서 간 식당들도 비용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곳들이었다. 식사하는 도중 한국인 손님은 한 명도 마주치지 못했다. 식당 자체가 중심부와 조금 거리가 있어서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지나가다 들르긴 어려운 곳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무튼 음식맛은 최고였다.!


@ AI PROMESSI SPOSI

첫날 찾은 식당은 'Trattoria Da Bepi'. 둘이서 프로슈토 햄이 들어간 전채요리에 크랩이 들어간 스파게티와 해산물 튀김요리, 탄산수와 쇼비뇽블랑 와인 한병을 마시고 티라미수로 디저트를 먹고 78유로를 결제했다. 이탈리아 요리는 전채요리로 시작해서 파스타류와 해산물, 고기 등 단백질류를 차례로 메인으로 먹고 디저트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먹으면 양도 너무 많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적당히 전채와 메인요리를 시켜서 쉐어해 먹으면 된다. 자릿세에는 식전빵도 포함돼 있다.


둘째날 간 곳은 'ai promessi sposi'. 여긴 정말 추천할 만한 곳이다. 이 식당이 있는 골목에 있는 식당들이 어딜 가도 맛있어보이는 곳들인데, 크게 비싸지도 않고 현지인들로 꽉꽉 들어차는 분위기다. 생선회 전채요리에 봉골레 스파게티, 오징어와 소고기 요리를 시켜서 둘이서 발폴리첼라 와인에 곁들여 네 접시나 먹었다(^^:). 영어로 된 메뉴판은 전혀 없지만 일하시는 분들이 영어를 잘해서 메뉴를 잘 설명해준다. 모든 요리가 간이 잘 맞고 플레이팅도 너무나 훌륭하다. 무엇보다 모든 손님들이 주문한 요리를 싹싹 비울 정도로 맛있다. 와인 네 잔까지 더해 86유로를 결제했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훌륭한 만찬이었다.


@ AI PROMESSI SPOSI

맛있는 요리를 먹고 나와서 야경을 보고 골목을 걸으며 아침 점심은 커피에 빵 하나로 소박하게 먹고 저녁에 이런 훌륭한 만찬을 마음껏 즐겨줘야 한다고 얘기하며 웃었다. 맛있는 음식은 여행을 정말 풍성하게 해준다.


베네치아에선 산 마르코 광장과 리알토 다리, 두칼레 궁전, 흑사병이 도시를 휩쓸고 간 후 감사의 마음으로 지었다는 살루테 성당, 무라노섬 등 볼거리도 많다.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흐르는 도시 골목골목을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고 걷다보면, 몇년 후, 한참 후에 다시 오더라도 이곳은 변함없이 그대로겠구나 싶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다시 꼭 한번 오고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일은 밀라노로 떠난다.



@ 산 마르코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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