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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Jan 02. 2019

밀라노에서 크리스마스,

밀라노는 런던, 파리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패션의 도시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의 주도이자 로마를 능가하는 경제도시이기도 하다.

 

포강 유역의 평원 지대라 물이 풍부하고 땅이 비옥해서 먹거리가 발달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쇼핑과 식도락 위주의 여행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셰프들이 레스토랑을 열 때 뉴욕, 런던, 파리와 동급으로 관심을 갖는 도시가 밀라노인 점만 봐도, 이 도시의 식문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그다지 물욕이 없는 우리 커플은 밀라노를 베네치아에서 피렌체로 넘어가기 전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쉬어가는 도시로 골랐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연시에 밀라노를 찾으면 룸서비스가 가능하고 라운지나 레스토랑이 문을 여는 호텔에 묵는 게 낫다.


오후 늦게 밀라노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두오모의 야경을 힐끔 구경하고는 몇주 전 예약해 둔 ‘Nero 9 Milano’라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두오모 성당에서 걸어서 넉넉히 20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밀라노에서 스테이크를 가장 맛있게 하는 집이라고 해서 가봤다.


여행하면서 먹는 음식은 그곳에 대한 인상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시장도 가고, 고급 레스토랑도 가고 하면서 그 지역 재료로 만든 음식을 최대한 먹어보려고 애쓴다. 여행 일정에 쫓겨 맥도날드나 버거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커피도 늘 익숙한 스타벅스에서만 마시는 건 피하려고 한다.


@ 밀라노에서 먹는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 / NERO9 MILANO

이번 레스토랑은 좀 큰맘 먹고 예약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트라토리아(Trattoria) 같은 좀 전통적인 분위기 말고 모던한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ㅎㅎ 다양한 지방에서 온 고기로 만든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가 기본인데 최소 30일 이상부터 90일까지 숙성한 고기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100그램당 6~7.5유로 안팎인데 최소1kg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고를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주방 사정에 따라 1.2kg를 먹어야 할 때도 있고 그렇다. 뼈무게가 합해진다 해도 양이 꽤 많아서 3명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우린 둘이라 전채요리, 파스타, 디저트 없이 샐러드 사이드 하나에 고기와 와인 한병으로 '직진'했다.


와인리스트도 훌륭하다. 이탈리아 최고급 와인으로 꼽히는 바롤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를 비롯해 티냐넬로 같은 슈퍼투스칸도 있지만 끼안띠 클라시코, 바르바레스코 중에 좀 저렴한 것들도 있다. 이탈리아 와인은 프랑스처럼 엄격한 등급체계로 관리되는데 DOCG, DOC, IGT 순으로 고급 와인이라고 보면 된다. DOCG 중에도 20유로대 비교적 저렴한 와인들이 많으니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마치 사냥해온 고기를 뜯어먹는 원시인처럼(ㅋㅋ) 레어로 익힌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숙성한 고기는 거의 익히지 않았는데도 너무 부드러웠고 잡내가 없었다. 아주 부드러운 부위는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환상이었다. 둘이서 1250g 짜리 스테이크를 먹고 났더니 나올 땐 배가 불러서 힘들었다ㅠ 둘이 가면 전채든, 파스타든, 디저트든 다른 요리를 함께 맛볼 여력이 없어 비추다.


크리스마스 당일엔 두오모에 다시 가 성당에서 미사하는 것도 보고 한적한 시내를 걸어다녔다. 문을 연 곳이 거의 없었다는ㅎ 재밌는 건 밀라노에 이탈리아 최초의 스타벅스가 오픈한 지 얼마 안됐는데,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는 것.


@ 스타벅스 밀라노 1호점 전경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거의 팔지도 않을 뿐더러 커피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아침엔 카푸치노를 마시고 오후엔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이들에게 스타벅스는 커피음료나 파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같은 곳일거다.


하지만 호주, 베트남처럼 커피 부심 강한 나라에서 이미 좌절을 맛본 스타벅스는 이탈리아에서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매장에 바글바글한 사람들로 보면 그 전략이 아예 실패한 것 같진 않다. 전략적으로 리저브 매장을 먼저 열고 이미 두 개의 일반 매장도 밀라노에 들어왔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이제 밀라노에서 피렌체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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