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하면 "돈 많이 들겠다"고들 한다. 쉐브닝 장학금을 받거나 회사의 스폰을 받아서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돈은 꽤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학부는 부모님의 재정지원을 받아서 다니는 학생이 대부분일거다. 하지만 석사는, 장학금을 받거나 학부 졸업 후에 직장을 다니면서 본인이 벌어서 온 경우가 꽤 많다.
영국 석사 등록금은 1만5000~2만 파운드 안팎인 걸로 안다. 영국이나 유럽권 등록금의 두 배를 international 학생들로부터 받는다. 장학금도 미국 대학에 비해 받기 어려운 것 같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3000만원 정도를 등록금으로 내야 한다.
기숙사비도 싸지 않다. 런던이 아닌 카디프만 해도 월 70~90만원 수준이다. 어림잡아 연간 1100만원 정도가 기숙사비로 들어간다. 나처럼 방과 거실이 분리되고 주방을 다른 메이트와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아파트나 하우스를 계약해서 들어가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교통비도 비싸고 세금, 요금도 비싸다. 일단 집 등급에 따라 council tax를 내야하는데 둘이 사는 우리는 연 200만원 넘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물론 tier4 비자를 받고 온 full-time 학생이라면 면제받을 수 있고, dependant visa를 받은 배우자도 면제라서 내지는 않았다.
이사하고 첫달 수도는 2인 기준으로 월 32파운드, 가스/전기도 월 60파운드 나왔다. 아직 가을이라 난방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요금이다. 인터넷은 월 31파운드 짜리를 쓰고 있다. TV도 라이센스를 구입하고 봐야 하는데 연간 20만원 넘는 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집에서 TV보는 시간도 별로 없고, Netflix와 Youtube가 있으니 라이센스까지 살 필요성은 못 느꼈다.
생활물가는 싼 편이지만 여행을 자주 다니면 생활비도 꽤 든다. 이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데, 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월 70만~80만원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평일에 공부하고 주말엔 여행다니는 내 경우엔 월 최소 150만~2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호화롭게 다니는 건 아니고 호텔에서 자기도 하지만 호스텔 도미토리도 이용하고, 외식도 하지만 재료를 사다 호스텔 부엌에서 직접 해먹기도 하는 수준이다.
혼자 공부하러 오는 학생이라면 1년에 5000만원 정도면 알뜰하게 산다는 가정 하에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내 혹은 남편, 자녀 등 가족과 함께 온다면 1년에 1억원 가까이 드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만한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사실 석사 유학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걸 배우겠냐고 생각하면 기회비용이 엄청나게 큰 모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와서 두 달간 공부해본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대학원을 다닐 수 있고, 심지어 일하면서 학업을 병행할 수도 있고, 학원을 다녀도 되고, 굳이 그게 아니어도 data analysis는 의지만 있다면 구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다만 차이는, 그저 내가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고, 거기에 기꺼이 투자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장 적게 일하고 가장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전부가 아니듯이 말이다.
나는 소유보다는 경험에 투자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누리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