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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Jul 21. 2019

운동해야 하는 이유,

코스트 투 코스트 트레킹에서 찾았다.!

나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헬스장 등록하면 끝까지 다닌 적이 없고,

값비싼 피티를 끊고도 운동하기 싫어 트레이너 연락에 잠수탄 적도 있고,

요가, 필라테스도 배워봤지만 한두달을 못 넘겼다.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라면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할 동기도, 의욕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긴 다이어트도 입으로만 늘 한다고 우겼지 실제로 해본 건 일생을 통틀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런데, 이번 2주간의 코스트 투 코스트 트레킹을 하면서 왜 꾸준히 운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았다.


트레킹하면서 정말 다양한 국적과 연령의 트레커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 두 팀이 내게 운동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를 깨닫게 해줬다.


트레킹 후반부에 만나 마지막 날 완주를 함께한 영국 잉글랜드에서 오신 할머니 두분이 있다. 친구 사이인데 무려 79, 80세다. 영국의 황금기를 살아오신 분들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군살 없는 탄탄한 몸과 지치지 않는 체력, 트레킹을 즐기는 멋진 모습에 만나는 순간순간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젊은 내가 따라 걷기에 숨이 차서 벅찰 정도로 두 분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저 멀리 앞서나갈 때가 수두룩했다. 지도도 잘 보고, 잘 걷고, 잘 웃고, 여유로운 모습은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했다. 너무 멋졌다.


트레킹 완주 후에 트레커들이 꼭 들르는 이 길을 만든 웨인라이트바에서 마주친 두분. 나도 나이 들었을 때 두분 처럼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를 함께 걸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80대까지 건강하게 내 두발로 자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두 분이 내 롤모델이 됐다고 말씀드리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두 분은 환하게 웃으면서,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운동하면 할 수 있다고 초보 트레커를 격려해주셨다ㅎㅎ 같이 완주 방명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ㅎㅎ!


또 다른 한 팀도 영국 노부부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걷는 어마어마한 일정을 소화하신 분들이다. 가는 길, 들르는 펍마다 매일 마주쳐서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 다리를 걱정해주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던 사람들이다.


이분들도 60대쯤 되셨는데,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를 어떻게 오게 되셨냐는 남편의 물음에 "challenge" 라고 답하셨다. 아름다운 산 풍경을 지나는 어떤 날은 아침 일찍 출발해 밤 10시 넘어 숙소에 도착한 날도 있다고 한다. 밤 늦도록 완주를 못하면 야외에서 텐트치고 잘 각오도 했었다고..


나이가 들어도 텐트에서 자는 걸 즐겁게 여기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길에서 만나는 혹독한 비바람도 "재밌었다"고 할 수 있는 저 여유.


트레킹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는 어쩌면 인생을 사는 태도에 대해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얼마 가진 것도 없으면서 가진 걸 놓칠까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힘들고 고단한 일에 불평하고,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고 ㅎㅎ 내가 그랬던 것 같다.


나도 나이들어서까지 건강한 몸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항상 여유있는 마음으로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고 싶다.


트레킹 다녀와서 운동을 계속하는 것도, 더 이상 그저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가 아니라 오래도록 내 두 발로 아름다운 곳을 걷고 즐기고 싶어서다.


운동을 할수록 자존감도 높아지고 내 스스로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운동에 이유가 생겨서 이제 더 이상 운동하러 가는 길이 고되거나 귀찮거나 하지 않다.


"See you on a trail!"

헤어질 때 나눴던 인사처럼, 언제고 아름다운 길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며 ㅎㅎ 나는 오늘도 운동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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