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eak Jan 26. 2024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3부자 배낭여행-25일 차

루앙프라방 식당들은 보통 22:00에 문을 많이 닫는다. 술 한잔 더 마시려면 외곽에 위치한 bar나 식당을 가야 24:00까지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한 잔 더 마시려고 2km 거리를 걸어서 갔다가 맥주 3,000cc가량을 마시고 걸어서 복귀했다. 그래서 아침엔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의 쉼이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 조식을 먹으러 나와 샐러드가 아닌 죽을 시켰다. 속 풀이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려는 가장의 크나큰 뜻이 담겨있다 하겠다.

어젯 밤 Bar 계산서와 아침 해장 죽 조식

오늘은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데 비가 와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상태에서 마지막 루앙프라방 여행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 장소는 둘째가 싫어하는 재래시장이다. 얼마나 냄새에 민감한지 본인이 싫어하는 냄새는 십리 밖에서도 맡을 정도이다. 입구에서 둘째는 스스로 커트를 선택하고 첫째와 기념할 만한 물건이 있는가 싶어 시장을 둘러보았다. 생선에서부터 육류까지, 채소부터 공산품까지 없는 물건은 마그네틱 기념품뿐인 듯하였다.

현지의 삶을 볼 기회는 되지만,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가지 마시길

시장을 둘러본 뒤 사원을 갈까 하다가 입때껏 너무 많은 사원을 봐서 사원은 건너뛰고 남동파크라는 구글맵 정보만 보고 공원을 향해 오토바이를 몰았다. 거리가 8.7km 정도니 시내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문제는 5km를 남겨두고 비포장 길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내 아무리 라이딩 실력이 출중해도 애 둘을 앞뒤로 태우고 먼지 나는 비포장 길을 달리는 것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을 달리다 보니 끝까지 가야겠다는 맘을 먹고 그냥 달렸다. 도착한 공원은 산 정상 부분에 위치하여 예전 전통가옥, 몇몇 동물, 집라인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입장료 20,000낍을 내고 들어가니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풍경보다 동물이었다.

풍경 보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좋아한 흑고니

식당에는 벌써 몇몇 서양여행객 가족들이 차를 마시고 있었고, 몇몇은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고 있었다. 올라오는 길에 몇몇 마을이 있었는데 이직 비포장 길을 따라 이동하면 얼마나 불편한지 몸소 겪어보니 그들의 삶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 시간 정도를 머무르고 오토바이를 달려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첫날 가득 채운 기름도 이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시내에서 BBQ와 쌀국수로 점심을 먹었는데 아직 기차 타러 갈 시간은 2시간 이상 남았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마사지라는 것이 같은 마사지사에게 받아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난 그냥 평점 좋고 싼 곳을 선택하는 편이다. 찾아간 곳은 밖에 신발이 많이 있는 거 보니 벌써 많은 손님이 마사지를 받고 있는 듯했다. 아이들은 이틈을 이용해 게임을 한다고 발 마사지를 선택하고, 나는 탄 피부를 진정시킨다는 명목으로 오일 마사지를 선택했다.

발 마사지를 준비하는 아이들 & 오일 마사지를 준비하는 아빠

마사지에 대한 평가는 대단했다. 아이들도 25일을 걷고 뛰고 하다 보니 발마사지가 시원하다는 표현을 해가며 좋아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자주 해 줄까 생각도 했지만 아이들은 게임이 가성비가 좋다. 마사지를 받고 숙소로 돌아와 오토바이를 반납하고 툭툭을 타고 루앙프라방 역으로 이동했다. 역이 오히려 공항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석회암 지역이라 견고한 지반을 찾기 어려워서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기차역 내부와 외부

기차역으로 들어갈 때 표를 검사하고, 엑스레이 짐검사를 하고, 출발 20분 전 체크인을 하며 표를 또 검사하고, 기차에 타고 있으니 또 한 번 검사를 한다. 일자리 확대를 위해 이렇게 검사를 많이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할 뻔했다.

예매할 땐 저녁시간 침대칸 밖에 없어 침대칸을 탔다.

아이들은 침대 기차를 안 타봐서 침대칸으로 예약을 했다. 비록 한 시간 조금 넘게 가는 거지만 아런 기차도 있구나 경험해 보는 게 좋을 듯하여 선택했다.


라오스 기차표 예매에 대한 단상

라오스를 배낭여행에 포함시키면서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다. 표를 대행하면 기차표의 2배를 지불해야 하고 예매는 라오스 전화번호가 있어 인증번호를 받아야 3일 후까지만 3매까지 예매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고, 2배의 가격을 지불하긴 비싼 듯하여 방콕에서 루앙 프라방 넘어오자마자 유심을 구매하고 문자 인증을 통해 이틀 뒤 방비엥으로 가는 표 예매를 도전했다. 이틀 뒤 표는 거의 매진이라 18:01 기차를 예매하게 되었다. 지금 검색해 보니 3일 뒤 표는 남아있지만, 이틀 뒤 표는 거의 없다.

1. 3일 뒤 표를 라오스 도착 후 예매하는 건 가능하다.

2. 2일 뒤 표는 없을 수도, 늦게 출발하는 표만 있을 수도 있다.

3. 일정에 맞게 여행을 진행하려면 2배를 주더라도 예약한 숙소에 대행을 맡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유리하다.


결국, 우리는 18:01분 기차를 타고 방비엥으로 향했다.  도착 후 인당 30,000낍씩 내고 다운타운으로 툭툭을 이용하여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푸니 20:00가 다 되어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방비엥의 하루는 그냥 지나가 버렸다. 저녁도 숙소 가까운 곳에서 먹는데 식사를 마칠 쯤엔 보슬비까지 내렸다.

파자와 일몰로 유명한 그린 레스토랑

휴대폰으로 내일 날씨를 확인하니 최고기온이 22-25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 정도 가온이면 수영하기엔 애매한 기온이라 걱정이 앞선다. 일단 비라도 오지 않기를 바라며 혼자 숙소에 돌아와 맥주를 한 잔 한다. 조용히 하루를 돌아보는 이 시간이 없었더라면 여행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배낭여행에서 나를 지탱해준 혼자만의 시간
이전 02화 루앙프라방 폭포 기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