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요!기-캄보디아 4
캄포트의 2일 차다. 오늘은 오롯이 캄포트를 즐길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 운동하자는 말을 아무도 안 하여 홀로 운동화를 신고 캄포트 뜩추 강변을 달렸다. 다행히 아침엔 비가 오지 않아 여행자 거리 중심에 위치한 스타벅스까지 아침을 가르며 다릴 수 있었다. 뛰면서 캄포트의 상징인 해마상에서 물을 뿜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 때 내리는 비로 온몸이 젓어 버렸지만 숙소에 도착해서 아직 꿈속을 헤매는 친구들을 보니 뿌듯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자는 친구들을 깨워 9:00에 오토바이를 비리러 출발하기로 했다. 툭툭을 불러 오토바이 렌털샵에 도착하자마자 징대비가 쏟아졌다. 옆에 밀크티 가게에서 비를 피하며 오늘 일정이 제대로 이어질지 걱정이 앞섰지만 이럴 땐 그냥 추진하는 것이 상책이다. 비가 좀 그치자 오토바이를 대당 5달러에 렌트하고 내일 프놈펜으로 떠나는 버스도 예약했다. 다음으로 통풍에 시달리는 친구 녀석 소염진통제를 약국에서 사고 이번 여행의 또 다른 목표인 영화 ‘알 포인트’ 촬영 장소인 보코산으로 향했다. 거리는 47km가량으로 기름 게이지가 바닥을 보여 대당 2달러씩 기름을 넣고 시내를 빠져나갔다.
보코산(1,081m)을 오르면서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일로 원숭이들이 대량 출몰 한다고 하여 바나나 한 송이를 사서 오르다 보니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주변에 몰려들었다.
중턱에서부터 비가 흩날리기 시작하더니 안개와 비가 번갈아가며 라이딩을 방해했다. 34km 정도의 라이딩 거리를 달리다 쉬다를 반복하며 올랐다. 안개가 너무 짙어 앞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나야 라이딩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초보 둘이 뒤를 따르고 있으니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무사하게 도착했다. ‘알 포인트’의 마지막 배경인 프랑스 식민지 시절 휴양시설은 현재 호텔로 사용 중이지만 찾는 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안개로 인해 가까이 가야만 건물의 형태가 드러나는 날씨라 가까이에서 사진 한잔을 남기고 이선균 배우를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6년 전 겨울에 올 때는 단순히 ‘알 포인트’ 촬영지를 보기 위해 올랐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동갑내기 배우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선균 배우를 추모하기 위해 올랐다. 6년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비옷을 0.5달러를 주고 사 입은 것이 그래도 추위를 어느 정도 막아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추위는 심해졌고 안개에 싸인 정상 부근엔 식당은 고사고 산을 오르는 현지인 오토바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라오할머니 상에 바칠 물건을 파는 작은 가게에서 컵라면을 사 먹을 수 있어 짧게나마 몸을 녹일 수 있었다.
비를 맞으며 절반을 내려오니 서서히 비가 그치기 시작했고 해발고도가 낮아지면서 기온도 조금씩 올라갔다. 비옷을 벗어내고 조금은 홀가분한 맘으로 다운타운으로 내려와 허기진 몸과 아쉬운 마음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4시간 동안 왕복으로 보코산을 오른 몸을 75분, 10$짜리 마사지를 받고 숙소로 돌아왔다.
6년 전 풍경을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숙소에서 저녁을 사 와서 먹고 홀로 클라우드에 있는 지난 사진을 찾아보았다. 너무나 쾌청한 하늘과 건물들, 그리고 베트남 푸꿕 섬까지 너무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땐 이선균 배우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었을 터이다. 오늘 폭우와 안개와 바람은 그를 떠나보낸 아쉬움을 가진 나의 혼란한 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픔 없는 그곳에서 영면을 취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