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하여
스쿠터를 타고 아파트를 나서자마자
흐린 하늘이 찡그려 비를 내린다.
서서 비를 맞으면 정수리가 젓지만
스쿠터를 달리면서 비를 맞으면 몸의 반만 젓는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모두들 빠르게 속도를 내고
마음만 바빠지는 꽉 막힌 도로 속에 나는 홀로 자유롭다.
낮동안 가열된 대지가 비를 만나면 올라오는 후텁지근한 공기가 아닌
밤동안 식혀진 대지가 비를 만나 상쾌한 냄새가 올라온다.
반쪽만 젓어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게 한 가을비의 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