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 격리자가되다

자가격리에 대하여

by sheak

잔인한 4월이라고 했던가? 2021년의 4월은 코로나 19와 함께 시작이 되었다. 친구의 생일 파티를 앞둔 4월 2일 4교시 수업을 하던 중 급박한 교내 방송을 듣고 교무실로 내려왔다. 코로나 확진자, 드디어 올 것이 와 버린 것이었다. 매뉴얼에 따라 학생들은 전원 하교를 하고 긴급회의를 거쳐 저녁에 해당 학년의 코로나 전수검사가 있었고, 이후 전체 교사들의 검사를 시작하였다. 언론에서 보는 것과 같이 교내에서는 전파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의 생일 만남은 취소되었고 자가격리 후 다음날 급박하게 전화를 받고 학교로 불려 나갔다.

교직원은 전원 음성이었으나, 학생 한 명이 확진되어 해당 학급과 해당 학급 수업을 하는 교사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방송을 듣고 급박하게 내려가기 전 수업을 했던 반에서 확진자가 나와 나는 14일을 꽉 채워 자가격리를 하는 대상자가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본가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고, 동거인이 자가 격리자인 모친은 자율 격리자가 되었다. 자율 격리자는 최대한 타인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초중고 학생들은 등교가 중지된다. 물론 집안에서도 방역 규칙을 준수하고 식사나 화장실 등은 따로 써야 한다.

결혼 후 10년 만에 모친과 같이 생활하게 되었다. 문제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데 이곳은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간단한 인터넷 사용이야 문제가 없지만, 쌍방향 화상수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인터넷 없이 휴대폰을 통해 모든 것을 처리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면서 1차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단기 인터넷 설치가 되는지 문의했지만, 대부분 설치가 되지 않았고 결국은 150기가 정도의 데이터를 주는 요금제로 휴대폰 요금제를 변경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영상 없이 노트북과 연결하여 1시간을 사용했을 뿐인데 500M가 사용되었다. 과연 2주 동안 저 양으로 원격수업이 가능할지 벌써부터 걱정으로 2차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엄마는 나를 그리 반기지 않는 거 같았다. 10년을 혼자 지내다가 아들이 와서 다소 불편한가 싶다가도 원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시는 분이니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돈을 팍팍 써서 맛난 거 많이 사드리기로 생각했다. 여기에서 나의 이 잔인한 4월을 몇몇 친구에게 알렸다. 농담 삼아 구호물품을 보내달라고 주소를 보냈는데 1시간 내에 친킨 1마리가 말도 없이 배달되었고, 한 친구 녀석은 치킨 쿠폰을 보내왔다. 이거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다른데도 뿌려볼까 생각이 들었다. ^^

자가격리 1일 차 친구들이 보내준 구호물품

저녁을 먹고 EBS 세계 테마 기행 '타이완 편'을 보는데 코로나 19로 여행이 제한되어 있어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해외여행의 욕구가 되살아 났다. 하지만, 내 현실은 제한된 코로나 19의 삶보다 더 한 '밀접접촉자로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자가 격리된 삶'이란 생각에 이르자 약간 슬퍼졌다. 이제 격리된 삶의 시작인데 어떻게 지낼지 막막하기는 하다. 면도기를 안 가져왔으니 내 소중한 피부를 위해 수염을 한번 길러볼까 싶기도 하고, 운동을 해서 건강을 되찾고 싶기도 하고 많은 생각들이 든다.

오후엔 문자가 와서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도 설치했고, 문자로 격리 통지서도 받았다. 이제 완전히 자가 격리에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짧다면 짧은, 하지만 길게 느껴지기도 하는 2주간의 시간을 아무 계획 없이 던져졌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다. 오늘은 나의 삶과 비슷한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를 봐야겠다. 외로움에 친구가 되어준 윌슨 배구공처럼 나에게도 2주간 친구가 되어줄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데이터는 있는지 모르겠다. 멋진 밤이다!

keyword
이전 10화배낭여행 추억의 음식 5(푸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