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추억의 음식 5(푸꾸옥)

자가격리에 대하여

by sheak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1순위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선택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화산지형과 다양한 오름,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올레길을 포함하고 있으니 말이다. 베트남에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같은 이미지를 가진 곳이 바로 베트남 남서부 지역에 있는 섬인 푸꾸옥이다. 푸꾸옥은 한자로 부곡(富國)으로 표기하며 크기는 면적은 589 km²(제주도 면적 : 1,849 km²)이고, 인구는 약 103,000명(2012년 기준)이다.

베트남에서 푸꾸옥의 위치(좌), 푸꾸옥 지도(가운데), 푸꾸옥 리조트 석양(우)

푸꾸옥은 직장에서 같은 학번 동기끼리 여행할 여행지를 선정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검색하다가 관광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을 선호하는 나에게 눈에 띄어 발견되었다. 첫 배낭여행에서 베트남을 종주했기에 베트남에서 가보지 않은 색다른 곳으로 사파지역 같은 북부 고원 지역과 남부의 섬을 조사하던 중 알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직항노선이 없어 호찌민이나 하노이에서 환승 또는, 호찌민에서 해안까지 육로 이동하여 배를 타고 들어가는 교통수단이 전부였다. 물론 동기들과 떠난 여행에서는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음식이 없다. 남자들끼리의 여행이라 음식보다는 다양한 해양 스포츠나 술자리의 대화가 주였기 때문이다.


푸꾸옥을 처음 접했을 때, 태국의 개발되지 않은 섬을 보는 듯하여 반가웠다. 언젠가 수많은 관광객이 들이닥치기 전에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점찍어 놓았는데, 2020년 다시 한번 방문하게 되었다. 같이 간 친구가 동남아 여행을 갈 때마다 '크레이피쉬'를 외치고 있었던 때라, 이번 여행에서는 다른 이벤트는 고사하고라도 크레이피쉬를 꼭 한번 먹어보기로 다짐을 하고 다섯 번째 베트남이자, 두 번째 푸꾸옥 땅을 밟았다.

한 번 가본 장소는 처음 가보는 장소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인다. 정보의 양은 처음이나 두 번째나 준비하기 나름이므로 크게 중요하진 않다. 하지만, 글이나 영상으로 보는 장소와 한 번이라도 밟아본 장소에 대한 느낌은 차이가 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 번이라도 가본 장소는 편안함을 주고 머릿속의 지식과 몸의 지식이 반응하여 실제적 느낌으로 해당 지역의 정보가 다가온다. 크레이피쉬를 외치던 친구를 보면서 푸꾸옥이 떠오른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행에서 머릿속 정보보다 몸이 기억하는 정보가 훨씬 유용하다.

김해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인생 최초로 비즈니스석을 타고 호찌민 공항에 내렸다. 내가 먹은 기내식 중 단연 최고였지만, 기내식은 기억에 남을 음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호찌민에서 푸꾸옥을 가는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푸꾸옥에 4년 만에 다시 발을 디뎠다. 도착하자마자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푸꾸옥 최대의 번화가인 즈엉동으로 이동하여 몇 년간 나에게 먹고 싶다고 떠들어대던 '크레이피쉬'를 먹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해서 간단한 짐 정리를 하고 바로 즈엉동 야시장으로 향했다.

베트남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들

야시장은 4년 전보다 좀 더 단정하게 정리되고 깔끔해진 분위기였다. 푸꾸옥이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해산물 식당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길거리마다 다양한 간식과 아이스크림 등을 팔고 있었다. 제한된 여행 경비였지만, 다시는 크레이피쉬를 못 외치게 가장 비싼 것으로 주문을 하기로 했다. 살아있는 것으로. 그래서 직접 수조로 다가가 1.2kg짜리 살아있는 놈을 골라 버터구이를 주문했다. 간혹 살아있는 놈을 데리고 가서 죽은 놈과 바꿔치기하는 못된 놈들도 있어서 우리는 요리 재료에 시선을 꽂고 한시도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30분쯤 지나니 숯불에 잘 익은 크레이피쉬가 식탁으로 올라왔다. 음식의 비주얼만으로 벌써 맛있는 요리를 먹은 느낌이었다. 푸꾸옥과 호찌민을 여행하는 동안 다양한 음식들을 많이 먹었지만, 푸꾸옥 즈엉동 야시장에서 먹은 크레이피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해외여행 중에 먹었던 음식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었고, 처음 접하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2주 후 크라비-방콕 여행에서 방콕 차이나타운에서 똑같은 크레이피쉬를 먹었지만, 살아있는 것이 아니어서 푸꾸옥에서의 맛을 능가하진 못했다.

음식에 대한 기억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그 음식에 대한 추억도 반영한다. 정글의 법칙에서 크레이피쉬를 먹던 모습에 친구는 언젠가는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고, 여행과 관련한 나와의 대화에서 항상 그것을 주제로 얘기를 했다. 어쩌면 크레이피쉬는 내가 꼭 거쳐야 할 관문처럼 기억에 자리 잡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은 그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와 함께 큰 숙제가 해결된 기분을 갖게 했다. ‘다음 여행에서는 어떤 풍경과 사람들을 맞이할까?’라는 설래임과 함께 이제는 ‘어떤 음식을 만날까?’라는 설래임이 추가되었다. 풍경과 사람, 음식이 기대되는 만큼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될 사람들이 더 기대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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