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자가격리 생활

코로나 19 자가격리를 해제하며

by sheak

코로나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몇 번의 대유행이 있었고, 대구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대유행에도 솔직히 민감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 시작된 대유행은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초기 대구지역의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는 특정 종파에 의한 것이어서 감염범위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시작된 유행에서는 두 다리 건너 알게 된 확진자나 자가 격리자의 소식이 한 다리 건너 알게 되는 상황까지 다가왔다. 마치 서서히 목을 조여 오는 느낌이랄까? 결국, 직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전체 검사를 통해 추가 확진자가 나오고, 추가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 2주에 들어가게 되었다.


1. 자각 격리자 선정 시스템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관이 방문하여 확진자의 동선과 밀접접촉자를 파악하는 회의를 실시한다. 그래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사람의 범위를 정하고 자가 격리자를 구분하는 일을 하게 된다. 회의에서 자가 격리자는 대략 결정이 되는데, 실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가 되고 자가 격리자로 선정되었다는 통보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이 시간 동안 자가 격리할 장소를 선정해야 한다. 그 장소에서 같이 거주하는 가족은 자율 격리자가 되고, 자율 격리자도 회사에 통보하여 회사의 지침에 따라야 한다. 자율 격리자는 대부분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 중 초중고 학생이 있으면, 학교 등교가 원천 금지된다. 자가 격리자 선정과 통보, 그리고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는 일련의 과정이 일사불란하지 못한 이유는 자가 격리자들에게 준비의 시간을 주기 위함이니 그 과정의 치밀함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2. 슬기로운 자가격리생활 - 베이스캠프 차리기
자신이 생활하던 공간이 가장 편하고 적응하기 쉽겠지만, 초중고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추천하지 않는다. 2주간 24시간을 자녀와 같이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가장 중요한 것이 어디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처음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어디에서 2주간 생활할지 생각을 해보았다. 떠오른 장소는 가장 먼저 생활공간인 집이었고, 모텔, 친구 빈집, 어머니 집을 생각했다. 일단 친구 녀석에게 전화 걸어 빈 원룸을 빌려주겠다는 확답을 받고 짐을 쌌다. 이때도 원칙적으로는 가족과 접촉이 있으면 안 된다. 짐을 싸고 생각해봤는데 덜렁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는 게 가능할지 고민하다가 결국은 어머니 집으로 자가격리 생활할 곳을 결정하게 되었다. 확진자와 접촉이나 가까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원룸에서 혼자 생활했겠지만, 단순히 같은 실내공간에 40분 있었던 상황이라 자각 격리 장소를 결정하는데 여유가 있었다.


3. 슬기로운 자가격리생활 - 필요한 물품은?

생활공간이 바뀌지 않는다면, 추가로 준비해야 할 물품이 있지는 않다. 주변의 가족이 도와주면 되니까. 하지만, 혼자 사는 경우에는 간단한 먹거리나 필요물품을 미리 주문해 놓는 것이 낫다. 혹은 본인이 생활하던 공간이 아니 곳으로 갈 때는 필요한 물품을 차근차근 챙겨서 이동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안타깝게도 모친 댁은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인터넷 업체에 연락해도 1달짜리 단기 인터넷 설치도 불가하다고 하고, 비용도 싼 게 아니었다. 그래서 휴대폰 요금제를 데이터 150기가로 변경하여 썼다.

그러면 자가격리 중 챙겨야 할 물품은 무엇일까? 원칙적으로 자가 격리자는 같이 생활하는 사람과 생활공간을 분리하여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태블릿을 이용하여 혼자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웨이브, 왓차, 티빙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답답함을 풀어 주거나, 고립감을 벗어나게 할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한 번 준비를 놓치면, 다시 준비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동영상 촬영 도구 : 고프로, vr촬영 도구, 삼각대 등 - 동영상 편집으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음악 감상용 도구 : 블루투스 스피커, 유튜브 뮤직 앱, 기타 음악 감상 앱 - 우울한 감정을 벗어나게 하는 음악

사진 정리 도구 : 외장하드, 노트북 등 - 시간 날 때 컴퓨터 폴더 정리 및 사진 정리, 과거 여행 사진 감상

즐길거리 도구 : 추억의 게임기, 기타 등 - 이것저것 다 귀찮을 때, 추억의 게임이나 기타 치기로 시간 보냄

운동 도구 : 악력기, 풀업 밴드, AB롤아웃(AB슬라이드 같은) - 운동량이 떨어져 운동할 수 있는 기구 필요



4. 슬기로운 자가격리생활 - 자가격리 알리기

내가 자가 격리한 사실은 가족과 직장 사람들만 최초에 인식을 한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가 자가격리 중이란 것을 알지 못한다. 물론 지자체에서 담당자가 배정되어 앱이나 전화로 나의 상태를 파악하니 그들은 제외한다.

이러한 상황은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하므로 자각 격리된 것을 주변에 널리 알려 자가격리의 삶을 이롭게 해야 한다. 나는 친한 친구들에게 자가격리 사실을 알리고, 그들을 회유와 협박하여 격리 물품을 보내달라고 했다. 2주간 위로의 마음을 담은 다양한 격리 물품이 도착했다. 치킨 5마리, 보쌈 1, 죽&비빔밥 1, 커피&케이크 3, 막걸리 9병, 맥주 12캔, 아귀찜 1, 족발 1, 회&뮬회 1, AB슬라이드 1, 와플&커피를 협찬받아 살이 더 찔 위기에 처했으나, 운동을 통해 현상유지에 성공하였다. 나의 격리를 알리면, 자가격리를 통해 여유로운 시간에 친구들과 오랜만에 통화도 하고 오는 정을 느낄 수 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시간을 보내는데 좋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와 브런치 같은 글쓰기를 통해 주어진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도 있다. 격리가 끝나면 격리 용품을 보내준 친구들에게 마음을 다해 보답해야겠다. 마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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