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공간 다른 아침

자가격리에 대하여

by sheak

'여행이란, 일상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라는 것으로 정의될 때,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일상을 영위하던 집과 직장, 그리고 정겨운 술자리를 떠나, 나의 30대 초반까지의 삶을 살았던,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집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자의적이지는 않고 타의적이지도 않고, 국가의 명령에 의해 자가 격리된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여행 중이다. 2주라는 미리 여행일자가 정해진 계획된 여행이지만, 그 하루하루는 아직 계획되지 않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큰 틀의 일상을 벗어났지만, 그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나의 루틴들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아침을 거르고 커피 한잔을 내려먹는 행위는 드립퍼가 없어 어머니 집 깔때기를 활용하여 커피를 내린다. 젠하이저의 비싼 헤드폰으로 듣던 음악은 JBL 자전거용 스피커로 대체되었다. 여전히 컴퓨터로 재택근무를 하고, 아침에 비타민과 유산균을 물과 함께 넘긴다.

일상이 바뀌어도 이어지는 루틴 들

명절날 어머니 집에서 잔 거를 제외하면 결혼으로 분가하여 평일날 아침에 이렇게 눈을 뜬 것은 처음이었다. 다리 부분은 따뜻하고 머리는 서늘한 외풍이 있는 벽을 향해 누어서 잠을 청했다. 아침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쾌한 머리를 내게 선사하는 외풍!! 전깃줄에 앉았는지 옥상 꼭대기에 앉았는지 모를 비둘기가 '구구'소리를 내고 울고, 신문배달인지 우유배달인지 모를 오토바이 소리가 새벽을 가른다. 아니, 어쩌면 새벽일을 나가는 노동자의 발이 되어 준 오토바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는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일상을 벗어나니 들리기 시작한다. 첨 듣는 것도 아니고 10여 년 전에는 항상 듣던 소리들이니 내 잠을 깨우더라도 반갑다는 생각이 앞선다.

다른 공간의 아침은 여행을 떠나 맞이하는 아침의 풍경일 것이다. 내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아침의 모습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해외여행에서 맞이하는 아침이었다.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 사원에서의 아침은 전날 저녁에 마신 술로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몸을 일으켜 오토바이를 타고 앙코르 왓을 찾았을 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여행객이 거의 없는 앙코르 왓은 마치 그것이 지어졌을 때로 돌아가게 한 느낌의 아침이었다. 베트남의 데탐 부이비엔 거리(여행자 거리)에서 3층 게스트하우스에 묵었을 땐, 전날 밤과 아침이 모두 기억에 새겨져 있다. 여행자 거리라 새벽까지 클럽에서 울리는 요란한 음악에 3층 발코니에서 사이공 맥주 한잔 기울이며 북적이는 거리를 바라보다 잠들었다가 일어난 아침의 발코니 풍경은 전날 밤과 180도 다르게 현지인들의 바쁜 새벽의 모습이었다. 태국의 코창에서 론리 비치 방갈로에서 맞이한 아침은 동남아의 해변에서 맞이하는 여느 아침처럼 열대의 해변과 이른 일과를 시작하는 현지인들 그리고 해변을 달리는 여행자의 모습이 어우러진 아침이었다.

이러한 아침의 모습과 함께, 오늘의 아침도 내 삶에서 특이한 하루로 기억이 될 거 같다. 군대 시절 강원도 인제 원통 휴전선 밑에서 동계훈련을 하며 잤던 벙커에서 맞이한 아침처럼 머리가 시원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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