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연애를,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평범했던 것 같다.
그 아이가 나를 데리러 오던 기억은 남아 있다.
20대에 차가 있는 남자는 흔치 않았으니까, 그건 확실히 기억난다.
하루는 놀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전화를 하도 안 받아서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 아이 어머니가 대신 받으셨고,
전화를 끊으며 그 아이를 혼내셨다.
게임을 좋아하던 그 아이는
데이트가 끝나면 꼭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게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사소한 일이지만,
그땐 괜히 서운했다.
이 정도가 기억난다.
좋았던 기억이 분명 더 많은데,
정작 행복했던 순간보다
왜 이런 사소한 순간들만 기억나는 걸까.
물론 영화도 보고, 맛집도 다니고,
그 나름대로의 추억도 많았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1,000일을 맞았다.
하지만 그 아이는 별다른 기색이 없었다.
내가 뭔가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몰래 도시락을 준비했다.
연극 연습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으라고,
엄마랑 함께 인원수에 맞춰 음식을 만들었다.
양이 많아 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연습실로 가져갔다.
하지만 그 아이는 반가워하기는커녕,
당황한 기색만 역력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그 아이는 말했다.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나는 다양한 연애를 해보고 싶어.
첫 연애는 여기서 끝내고 싶어.”
믿기지 않았다.
3년의 시간이 너에겐,
그저 ‘첫 연애’로만 남은 거였을까.
출근길엔 도무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반 폐인처럼 며칠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