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어지는 불합격...
그리고 재도전

사랑하는 아내에게 |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추억하며

by Gigantes Yang

7. 이어지는 불합격... 그리고 재도전


연말이 되어 교회에서는 특별 새벽 기도회가 약 1주일간 열렸다. 한국에서도 안 나가던 새벽기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나갔다. 매일 눈물이 나더라. 갈급했다. 내가 나오고 싶어서 나왔으면서도 하나님께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왜 나를 이곳으로 보내셨냐고. 나 정말 한국 가고 싶지 않다고. 어디든 좋으니깐 하나님께 맡길 테니 내가 이 유럽에 남아있을 수 있게 허락해 주시면 하나님의 일꾼 삼아 달라고 기도했다. 매일 같이 기도했다.


새해가 밝고 또다시 입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입시. 작곡이며 지휘며 다 봤다. 사실 이때 마지막 입시 원서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나에게 조언을 해주셨던 선생님(이제는 선배님이자 동문)의 말씀이 생각났다. 독일만 욕심부리지 말고 오스트리아에도 좋은 학교 있으니깐 볼 생각이 들면 잘츠부르크를 꼭 보라고. 그 생각이 문득 들어서 독일어권 나라를 다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그때 찾았던 독일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총 3곳으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였다. 독일은 웬만한 학교에서 2번씩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볼 수 있는 학교가 없었다(독일은 한 학교에 두 번씩 기회가 주어졌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IMG_2904.JPG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 University Mozarteum Salzburg [2009년, 학교 뒤 공원에서]


사실 두 번째 입시를 준비하면서 비엔나 지휘과에도 지원을 했었다. 참 놀라운 것은 그때만 해도 오스트리아가 독일어를 쓰는 줄 몰랐다. 오스트리아어를 따로 배워야 하는 줄 알았다. 비엔나 입시장에서 정말 반가운 대학교 동문을 만났었다. 지금도 우리는 연락을 하고 지낸다. 참으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친구이다. 그때 우리 둘 다 1차에서 떨어졌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께서 동문의 번호를 실수로 건너뛰는 바람에 어이없이 떨어졌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 친구는 그때 떨어진 게 정말 다행이라고 했었다.


잘츠부르크 입시를 보기 바로 한주 전에 바이마르 지휘 및 작곡 입시를 봤다. 여전히 작곡에 대한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입시에 임해서 그런지 선생님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곡은 이렇다 저렇다 할거 없이 평범했다는 평이었지만, 추구하는 음악 및 작곡가에 대한 질문에서 너무나도 일반적인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아쉽게도 학교의 분위기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결론이 나와버리게 되었다. 너무나도 학교(아무)에 다니고 싶었기에 매달렸다. 학교 붙어서도 적응해 나가면서 내가 어떤 학생인지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제발 기회를 달라고. 그 맘은 잘 알겠지만 그렇게 하면 누구나 다 평가 없이 아무나 다 들어오지 않겠냐.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 차라리 하노버나 함부르크에 시험을 보면 어떻겠냐 하더라. 나랑 분위기가 맞겠다며. 난 더 이상 비자가 안 나와서 시험을 치를 수 없다고 했다.


같은 학교에서 지휘 시험을 얼마 뒤 보게 되었다. 여러 개의 방을 알아서 순서 없이 들어가면 됐었다. 처음 들어간 방은 시창. 난 긴장을 하면 목이 굉장히 잠기는 성격이라, 노래를 부르는 내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더러 목 상한 거 아니냐며 걱정을 해주시더라.


두 번째 선택한 방은 지휘. 당시 나는 독일 영화를 많이 보면서 표현을 외우고 다녔었다. 특이 음악이 소재가 되는 독일 영화를 자주 챙겨봤었다. 그중에 Jenerseits der Stille. 거기서 배운/외운 표현으로 나의 지휘 시험이 시작되었다. 지휘를 하기에 앞서 나에게 간단한 질문을 하더라. 배토벤 교향곡 1번을 지휘하는 데에 앞서서 트롬본은 어디에 위치해 있냐며. 베토벤 음악을 배운 사람이라면 사실 어이없는 질문이었다. 당연 무사히(?) 넘겼다. 또다시 받은 질문. 지휘는 어디서 어떻게 배웠냐고 물어보시더라. 한국에 있을 때에는 아는 선생님을 통해서 배웠다고 했다. 한국에서 지휘를 도와주시던 선생님은 바이마르 학교 출신이셨다. 왠지 선생님 얘기를 하면 잘 봐달라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 자세하게는 얘기 안 했다. 굳이 안 물어보는데 추가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독일에 살면서는 돈 아끼려고 유튜브를 통해서 공부했다고 했다. 나를 포함하여 다 같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절대 유튜브를 보면서 배우지 말라더라. 알고 있었다. 왜 그러고 싶었겠냐 내가. 자신 있는 곡부터 시작하라고 하더라. 자신 있는 곡은 따로 있었지만 가장 어려워하는 곡으로 나의 첫 지휘를 시작하였다.


첫 곡은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 중 한 부분.

정말 중요한 부분에서 자꾸 틀렸다. 그렇다 나는 사실 박치끼가 조금 있어서 변박, 엇박에 있어서는 젬병이었다. 선생님들께서 같이 지휘를 해주셨던 덕분에 잘 넘어갔다.


두 번째 베토벤 번 1악장. 무난하게 넘어갔다.


마지막 곡으로는 베버의 마탄의 사수 오퍼 전주곡. 제일로 자신 있어하던 곡이었다. 시험장에는 3대의 피아노에 각각 2명의 연주자가 앉아서 나의 지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 나만의 오케스트라가 있다고 생각하면 빠져들었다. 이 곡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지휘 영상을 어마 무시하게 참고했다. 그의 지휘법, 표현. 달달 외웠다. 너무 행복했다.


끝났을 줄 알았던 지휘 시험 방에서 입시곡 목록에도 없던 곡을 주셨다.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으셨나 보다. 일 년 조금 부족하게 배운 지휘가 통하는가 싶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선생님의 칭찬을 끝으로 방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선택해서 들어간 방은 피아노 입시 방.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준비해 간 곡도 망쳤고. 초견도 망쳤다. 지휘에서 큰 희망을 보았던 나는 큰 좌절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비자 만료 몇 달을 앞두고서 잘츠부르크에 있는 음악대학교에 시험을 보게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