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잘츠부르크(1)

사랑하는 아내에게 |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추억하며

by Gigantes Yang

8. 속상한 마음을 뒤로한 채 잘츠부르크로... 그리고 시험


오스트리아 시험 이전에 바이마르에서 하루 숙소를 허락해 주셨던 형님 내외분이 생각났다. 나에게 너무나도 좋은 조언들을 해주셨었다. 지휘도 작곡도, 둘 다 포기 안 했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으로 봐주셨었다. 마냥 좋은 얘기만 주고받았던 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 계신 교수님 얘기였다.


사실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바이마르에 계셨던 형님과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고받으신 모양이었다. 나에 대해서. 얘기는 간단했다. 지휘하겠다고 유학 간 제자가 있는데 ‚어 차피’ 안될 거니깐 작곡으로 학교 잘 준비하고 잘 마무리 짓게끔 도와주라고.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충격으로 돌아왔다. 난 나름대로 죄송한 마음도 있고 해서 열심히 해서 보란 듯이 지휘과에 합격해서 선생님께 다시금 인사를 드리고 싶었었다. 날 믿지 않고 계시는구나 싶었다. 그때 형님께서 하신 말씀이 정말로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이후로 선생님께 연락을 못 드리겠더라. 오해가 있었다 해도 풀고 싶은 마음도, 따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걸로 됐었다.


시험 전날 나는 라이프치히 중앙역에서 밤기차에 올라탔다. 무려 6번의 환승을 해야 했던 여정이었다. 당시 가격으로는 19유로. 직항으로 하면 그래도 버틸만한 거리였지만, 나는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고생을 선택했다.


IMG_8113.JPG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 University Mozarteum Salzburg [2017년 4월, 시간이 한참 흐르고 어느 날]


시험 시작은 오전 10시. 오전 8시쯤 잘츠 부르크에 도착한 나는 학교로 향했다. 걸어서 약 15분 거리에 있는 학교를 거의 10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길을 잘못 들어섰었다. 나는 석사 시험을 보러 갔었다. 석사 지원자는 그날 나를 포함하여 3명. 학사 지원자는 약 20명. 역시나 내 이름 덕분에 오후에 있던 면접시험에 나는 뒤에서 두 번째의 순서를 배정받았다. 오전 이론 시험이 시작되었다. 석사과정인 나는 굳이 볼 필요가 없었지만, 시험 감독관이 나더러 놀면 뭐하겠냐며 심심하면 같이 시험을 봐도 된다고 하셨다. 예상외의 진행에 놀라긴 했지만 금방 수긍을 하고서 시험장에 들어섰다.


듣기 평가가 시작되었다. 1번 문제가 지나갔다. 지각생 한 명이 들어왔다. 선생님께서는 1번부터 다시 하자면서 다시 1번 문제가 시작되었다. 응?


2번 문제를 지나고서 3번 문제가 시작될 때에 또 다른 지각생 한 명이 들어왔다. 설마. 선생님께서는 다시금 1번부터 다시 하자면서 다시금 1번 문제가 시작되었다. 뭐지 이 상황은.


그런 식으로 해서 몇 번의 반복이 있던 후에 오전 시험이 끝났다. 오후에는 피아노 시험과 면접이 있었다.


학교의 배려로 지하 연습실을 배정받아서 준비했던 피아노 과제곡을 열심히 준비했다. 점심을 먹을 생각조차 나질 않았다.


곧 오후 시험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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