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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ug 07. 2022

서울 서울 서울

서울 서울 서울


아무리 기름값이 올랐다 해도 화창한 휴일 차를 몰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는 것 이상으로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차가 조금 막히면 어떠랴. 창문을 열고 도심을 달리다 보면 적당히 부는 바람을 맞으며 적당한 더위와 차량 에어컨의 적절한 조화로 인해 기분이 한층 더 업된다.


웬만한 거리는 급한일이 아니고서야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때문에 서울의 평상시 모습을 제대로 볼 일이 거의 없다. 직장인이라면 암만 날씨가 좋다한들 화창한 날의 하늘을 볼 여유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비라도 안 내리면 다행이지. 


일이 없는 날 집에서 조금이라도 답답함을 느끼는 날에는 무조건 나가려고 한다. 굳이 멀리 가려고 하지 않고 집 앞의 카페를 가서라도 커피 한잔과 때로는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을 즐기며 풀고 오려고 한다. 


사람은 할 때 하고 쉴 때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주의다. 할 때 쉬고 싶고 쉴 때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을 때 아무리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손에 잡히지 않으면 과감하게 안 하기도 한다. 그냥 머릿속을 비우고 쉬어버린다. 어차피 붙잡고 있어 봤자 결과도 마음에 안 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집은 편안해야 한다. 침실은 좋은 기억들로 가득해야 한다. 집에서 일을 하다가 왠지 모를 짜증이 밀려오거나 집중이 안됨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일 바에는 근처 카페에 가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업무를 보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속상한 일들은 다 바깥에서 해결하고 집에 들어가는 게 좋다.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땐 바깥세상에서의 모든 일들이 잠시나마 잊힐 만큼, 적어도 다시 집을 나서야 할 때까지 만큼은 좋은 기억의 향기들로 가득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유지하고 싶어 한다.


얼마 전에도 아내와 함께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평소 같으면 지하철을 타고, 갈아타고, 걸으면서 더위속에 고생 고생하며 도착했을 거리를 차를 몰고 편하게 다녀왔다. 둘만의 공간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틀어놓고 평상시 즐겨 듣는 라디오 방송을 bgm 삼아. 


뭔가를 해야 할 때보다는 쉴 때 더 확실하게 쉬자는 주의인 내게는 주말이 금방 지나가는 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아내에게도 물론이었고. 


[정말 오랜만에 가까이서 바라본 남산타워]

집으로 향하다 보니 눈에 들어온 남산타워. 오늘의 즐거웠던 순간을 기억하고, 또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 몇 장 찍으려고 하는데 곧바로 녹색 신호로 바뀌는 무심한 신호등이었다. 누구는 빨간불, 노란불, 초록불을 시간에 맞춰가며 24시간 365일 쉼 없이 일하는데 시원한 차 안에서 사진이나 찍어대며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이 싫었나 보다. 빨간불로 바뀌자마자 정차한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로 이리저리 최고의 각도를 잡다 보니 신호등이 바뀔 시간이었을 것이다. 죄 없는 신호등한테 괜스레 투덜대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니 정말 아쉬웠던 하루였지만 사진 한 장으로 새로운 추억 하나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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