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아내는 일주일간 휴가를 받게 되었고, 우리는 하루 날을 잡아서 롯데월드에 다녀왔다.
40이 넘은 지금까지 롯데월드에 2번 가봤다. 이번으로 3번째가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했지만 특별한 기회가 아니고서는 올 기회가 없었다.
자연농원(1996년부터 에버랜드로 불리고 있다)으로 불렸을 때 딱 한번 가본 기억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정말 몇 년 만이었던지, 놀라울 정도로 변한 게 없었다. 뭔가는 변했겠지만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초등학교 때에는 단 한 번도 기다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줄이 짧았었던 기억이 있는데, 줄이 어찌나 길던지 놀이기구 하나를 타려고 해도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해서 4시간 동안 3개의 놀이기구를 겨우 탔다. 후렌치 레볼루션을 시작으로 신밧드의 모험,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전바구니. 예전에는 입장표 종류에 따라 팔목에 표를 감아줬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QR이 찍힌 티켓을 지참하고, 어플을 활용해서 매직패스 예약이라는 것을 통해서 줄을 서지 않고 빨리 탈 수도 있게 되었다. 단시간 안에 재빠르게 예약 버튼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손가락이 다소 둔해진 나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냥 포기하고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다. 어플을 통한 예약에 다들 실패했는지 아쉬움이 가득한 탄성이 곳곳에서 들렸다.
[오랜만에 방문했던 롯데월드, 참 변한 게 없구나 싶었다]
옛 추억에 이끌려 찾았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큰 감동은 없었다. 물론 재미는 있었지만.
재미가 있었겠지?
기억의 조작이었던가, 분명 뭔가를 기대하고 탔던 신밧드의 모험에서의 배였는데, 두세 번의 갑작스러운 하강 이외에는 특별한 상황은 없었다. 좀 더 순수했던 시절, 어렸을 때엔 뭐든 신기했던 것들로 가득했었을 텐데, 어른의 눈과 귀로 바라본 광경은 허술함 뿐이었다. 그렇다고 싫었던 건 아니다.
그나마 처음에 탔던 프렌치 레볼루션은 괜찮았다. 어렸을 적에는 혹시라도 안전바가 풀리지는 않을지, 열차가 탈선되지는 않을지, 마냥 무섭지는 않을지, 착석하자마자 온갖 상황을 상상하느라 심장이 터질 듯 긴장했었는데. 나름 험난한 인생을 살아와서일까. 어디론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속도에 왠지 모를 쾌감만이 있었다. 앞뒤에 앉은 이들의 비명소리는 그들만의 신남을 표현한 외침이었겠지만 나의 외침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려 했던 어색한 모방이었을 뿐이었다.
타지에서 느끼는 이방인의 기분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울리고 싶어도 티가 나는 행동. 고향을 떠나 살다가 나이가 들어 다시 방문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이질감. 촌스런 티를 내고 싶지 않을수록 더 돋보이게 되는 어색함.
아이 때 즐겨봤기에 어른이 되어서는 어색한 게 오히려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단 한 번도 즐겨보지 못한 상황이라면 많이 불편했을 수도.
모든 게 당연히 신기할 나이일 아이들 앞에 줄 서있는 내내 미안하기만 했다. 물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줄을 서려고 뛰어가는 아이들보다 애 써먼저 가려고 하지 않았다. 너희들보다 먼저 서서 뭐하겠니 싶기도 했고, 뛰어갈 정신도 체력도 없었다. 아이들이게 선심 쓰듯 양보하는 어른의 여유는 더더욱 더 아니었다. 그냥 체력이 금방 다해버렸다. 그뿐이다.
아... 너무 커버린 키 때문에 선뜻 타러 가지 못한 놀이기구도 있었다. 혹시라도 머리가 닿을까(물론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타는 내내 고개를 수그리느라 목이 뻐근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