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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Feb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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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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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유투버도 아니고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요즘 아내에게 장난치다 보니 혼잣말이 늘었다.

그렇다고 걱정될 정도로 정신이 나간 건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아내와 나. 우리의 인연은 올해로 벌써 14년째.

아내는 오늘도 나에게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여전히.


나이도 들만큼 들었으니 과묵해질 때도 되었다고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나. 여전히.

장난 DNA를 가진 나는 오늘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매번 듣게 되는 아내의 질문.


이러는 거 다른 사람들도 알아?


당연히 모른다.

바깥에서는 최대한 점잖게 행동한다. 남들이 안 볼 때를 제외하고는.

늘 정도를 지키려 한다.


내가 장난이 많다는 걸 아는 사람 별로 없다.

아무도 모른다.

아내와 단둘이 있을 때만 말과 행동에서 늘 나오는 버릇이다.


나는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놀라게 하는 걸 좋아한다.

아내는 놀라게 하는 걸 그 어떤 것보다 싫어한다.

낮이고 밤이고 싫어한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제대로 혼쭐이 나고부터 이 장난은 치지 않는다.


나는 성대모사를 즐긴다.

아내에 의하면 목소리는 전혀 똑같지 않지만 따라 하고자 하는 특정인물의 특징을 잘 잡아낸다고 한다.

난 똑같이 할 줄은 모른다. 다만 약간의 조미료를 더해서 웃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열에 아홉은 성공하는 것 같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내는 오늘도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다.


나는 몸치다.

아이돌의 춤을 따라 할 수가 없다. 그냥 내 멋대로 흔든다.

아내는 왜 이리 꿀렁꿀렁거리냐며 징그럽다고 한다.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아내를 쳐다보지만 택~도 없는(턱없다 / 경상도 사투리) 행동이었다.

아내는 마지못해 같이 춘다.


나는 집에서 아무 음악에 말도 안 되는 가사를 붙여서 부른다.

아저씨 냄새난다고 제발 그만 좀 하라고 하지만 어느새 적응해 버린 아내.

내가 제대로 마음먹고 부르면 놀라 자빠져 감동 먹을지 모른다고 하지만 아내는 여태 그런 나의 모습을 본 적도 없고 감동은 깜깜무소식이다. 노래가 젬병이라는 소리다.

음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이탈했고 가사는 뭐 말도 안 되게 개작되었지만 아내는 대선율을 불러준다.

둘만의 불협화음이 가득한 멜로디가 완성된다.

그리고 나 혼자 낄낄댄다. 뭐가 그리 웃기는지.

어이없어하는 아내. 그래도 좋다.


나는 눈치가 정말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가 잠에서 완전히 깨기까지 1시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잠들기 바로 직전까지, 그리고 잠에서 깨자마자 아내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내 기준에서는 어디까지나 아침루틴 중 가장 먼저 하는 아침인사의 행위일 뿐이지만 아내에게는 잠에서 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한 시간이라는 시간은 상황에 따라서 정말 긴 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정도만 지나치지 않으면 된다. 그것도 많이 봐준 거더라.


나는 실없는 소리를 자주 한다.

부부니깐 할 수 있는 농담을 가끔 한다. 정도를 지키는 선에서.

어떻게 하면 아내에 미소가 가득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머리를 굴린다.

쉽게 웃어주진 않는다. 까다로운 심사위원이다.

그럴 때마다 도전정신이 더 불타오른다.


장난을 받아쳐주지 않을 때면 제3의 인물에게 말을 건다.

물론 집에는 우리 둘뿐이다. 벽을 벗 삼아 말을 걸기도 하고 허공을 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향해 대화를 시도기도.

보이지 않는 차원의 벽을 넘어서 누군가 있겠거니 한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여러분, 오늘도 실패했습니다. 제가 이런 대우를 받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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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듣게 되는 아내의 묵직한 몇 마디,


누구랑 얘기해?

괜찮은 거지?



웃었다.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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