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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Feb 05. 2023

나는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질문왕

나는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늘 궁금한 게 많다. 정말 많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궁금하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유독 입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고 한다. 어른들께선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를 보며 늘 하셨던 말씀이다.


도대체 무엇이 궁금했기에 어릴 때부터 그 난리를 쳐왔던 것일까.

커서 무엇이 되려고.


질문이 많은 사람은 배움에 대한 욕심이 많다고 들어왔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대단한 위인들이 세계적으로 많구나 싶다.

그렇다고 내가 배움에 대한 욕심이 많냐. 그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물론 공부도 나름 오래 했고, 유학도 다녀오고... 도합 20년 정도 공부했으면 오래 했다고 본다. 징하게.


밖에서는 티가 나지 않을 뿐, 정말 궁금한 게 많다. 아내가 증인이다.

우리 집에도 드디어 노벨상 후보가? 싶지만, 그런 궁금함이 아니다.


나는 입이 늘 궁금하다.


배가 늘 고프다는 소리다.

갓난아기 때부터 내가 울던 이유는 하나였다고 한다. 배고파서.

기저귀에 똥을 싸면서도 먹는 거에만 집착했다고 한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우리 부부는 참 잘 먹는다.

아내는 뭐든 가리지 않고 복스럽게 잘 먹고, 나는 뭐든 가리지 않고 자주 먹는다.

금방 허기가 진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아내는 한번 먹고 나면 그다음의 배고픔까지의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한번 먹을 때 아주 잘 먹는다.

나는 한번 먹고 나서 돌아서면 배가 바로 고프다.


아내는 음식을 사두면 천천히 먹는 스타일이다.

나는 일단 사두면 그 자리에서 다 먹어야 한다.


아내는 하루에 우유 한잔 정도 마신다.

나는 일단 기본 2~3잔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양반이다. 어려서는 그 자리에서 우유 1000ml 한통을 비웠다.


아내 먹으라고 사둔 소시지. 

며칠째 냉장고를 열어보며 소시지의 유무를 확인한다.

먹지 않으면 내가 결국에 먹는다.

꼭 내가 먹어치우면 그때 꼭 소시지를 찾는 아내.


소시지 어디 갔어?

어차피 먹을 거 왜 나 먹으라 했어?


우리 집은 뭔가 남겨두면 누군가 꼭 먹어치운다.

그 누군가는 나 아니면 아내.

그중 99%는 나.


습관처럼 냉장고를 열어본다.

습관처럼 부엌의 장들을 열어본다.


혹시라도 군것질 거리가 있는지...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왜, 또 입이 궁금해?


부엌에서 방황하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아내의 질문이다.

식사한 지 불과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출몰하는 좀비 같은 남편. 정말 이 남자가 사람이 맞을까... 하는 아내의 의심스러운 눈빛. 


장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예전처럼(예전이라고 하면 고등학교~대학교시절을 말한다) 운동에 중독된 그 젊은이는 없지만

소화력만큼은 남달랐다. 예전에는 활동량이 많았기 때문에 바로 소화되고 뱃속에 다다르기도 전에 음식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기에 몸속 어디에 구멍이라도 난 건 아니냐며 가족들이 걱정해 주기도 했다.


지금 그 걱정을 아내가 하고 있다.

너무 잘 먹는다.


이제는 어느덧 식습관도 조절해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나의 입은 늘 고프다.

제대 후 다리를 다치고 나서 몸조심해야겠다는 생각에 끊어버린 운동은 이제 핑계가 되어 피하고 있기에

약간의 과체중이 되었지만, 먹는 얘기만 나오면 저절로 약해지는 마음.

그리고 숨길 수 없는 미소.


먹는 거에도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 나도 충분히 자격충족일 듯싶은 하루하루다.


어이구, 그렇게 궁금해해서 노벨상 타겄네. 응?


오늘도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얼마 안 가서 부엌에서 먹을 걸 찾는 하이에나를 보며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아내다. 사람이 하루종일 배가 고플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한다. 먹신이 따로 없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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