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딸이 태어난 지 벌써 300일이 넘었다.
정확히는 오늘로써 316일 되는 날이 되었다.
엎드려서 고개를 겨우 들던 아이는
어느새 벽을 짚고서 조금씩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배고프다고 울기만 하던 아이는 '엄마 아빠'를 표현하기 시작했고
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귀가 간지러워지고 심장 박동수가 급속히 빨라질 정도로 행복해진다.
퇴근하고 오는 날이면 마루에서 엄마 바로 옆에서 소파를 의지해 서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빠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장난감을 떨구고서 아빠에게 정신없이 기어 온다.
아이를 토닥이며 반기는 아빠는 엄마에게로 걸어간다.
현관에서 마루에 앉아있는 엄마에게까지 불과 몇 걸음이지만
얌전히 아빠에게 안겨있던 딸은 엄마를 보자마자 다시 내려달라고 자세를 취한다.
잠시동안이라도 아이의 체온을 느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잊어버리는 아빠.
벌써 300일이 넘었다니.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하루가 아쉬울 정도로 빨리 간다.
목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작았을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엄마 아빠를 정확하게 쳐다보며 본인 의사를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는 분명 원하는 게 있을 텐데
아직은 말을 제대로 못 하니깐 대부분 원하는 게 있으면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기도 한다.
누가 봐도 졸려하는데도 밤에 자야 할 시간에 안 자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버틴다.
억지로 눕혀봤자 울게 뻔하기 때문에 스스로 누워서 잠들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 준다.
완전한 분리수면은 아닐지라도 아이가 잠들 때까지만 옆에 같이 누워서
눈도 마주치고, 볼도 만져주면서 아이가 잠들 수 있도록 등을 토닥인다.
잠에 지배를 당하기 싫은 건지 억지로 침대 벽을 짚고 일어선다.
아빠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다시 눕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는 딸.
그렇게 눕혔다 일어났다를 몇 번이고 반복하던 딸은 지쳤는지 잠이 든다.
처음 태어났을 때의 아기아기한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아빠를 보며 과자를 빨리 달라며 손을 까딱까딱 거리는 딸이 눈앞에 있다.
이미 정리해 둔 딸과 처음 만나기까지 100일간의 기록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간다.
이미 진작에 기록해서 정리해 둔 내용들이지만
한편 한편 정리하면서 읽을 때면 여전히 뭉클하다.
행복하다.
사랑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