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여정의 시작

사랑하는 아내에게 |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추억하며

by Gigantes Yang

3. 여정의 시작


2015_Salzburg(12월...모짜르트가 곡을쓰러 자주 왔다는 카페).jpg 잘츠부르크 [2015년 12월, 모차르트 | Wolfgang Amadeus Mozart 가 곡을 쓰러 자주 왔었다는 카페]


부모님과 인사를 나눈 뒤에 출국 절차를 밟은 나는 약간의 대기시간 이후에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한 손에는 모든 독일 지역의 중심가에 대한 설명서가 담긴 책을 쥐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가 이륙하기만을 기다렸다. 비상구 자리를 선호했기에(물론 지금도) 두 다리를 쫙 펴고 있다 보니 어느새 독일로 향하는 하늘 위에 있었다.


나의 옆자리의 독일 청년은 내 손에 쥐어진 독일 지역 관련 책을 보더니, 처음 여행이냐며, 어디로 가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영어로. 여행이기보다는 공부를 하러 간다고 했더니, 무슨 전공인지, 독일어는 할 줄 아냐며 이것저것 좋은 말들을 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많은 '기대'에 차 있던 나머지 비행기 안에서 한숨도 못 자고서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을 했다. 저녁 9시가 넘어서 도착했었기에 옆자리의 독일 청년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서(나의 학업을 위해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었다) 중앙역으로 서둘러 향했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찾아갔던 한인민박집으로 도착했더니 벌써 저녁 11시를 넘고 있었다. 조식을 포함해서 50유로를 지불하고 방 하나는 받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분명 하룻밤에 30유로라고 전달을 받았었지만 왜 더 비싸게 받는지 물어보지는 못했다.


오랜 비행 때문에 많이 피곤했었지만 이렇게 독일에서의 첫날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간단하게 먹을거리를 사러 중앙역으로 향했다. 사실 이미 늦은 시간이라(유럽은 거의 모든 가게가 일찍 닫는다) 열려있던 가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손에 잡히는 먹을 것들 몇 개를 챙겨 와서 잠들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뒤셀도르프로 향하는 기차를 탔어야 했기에 대충 씻고서 잠을 청했다.


아침식사를 하려면 아침 6시부터 가능하다고 했던 주인아주머니 얘기에(기차 시간은 대략 7시였다) 6시 정각에 식당을 찾았지만 20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중앙역으로 바로 가서 샌드위치 두 개와 물을 사고서 기차에 올라탔다.


출발한 지 5분도 채 안돼서 표 검사원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때의 난 Danke(고맙다/고맙습니다) 외에는 회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에(심지어 원어민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손에 들고 있던 유레일 패스를 보여줬다. 무사히 표검사를 마치고 샌드위치를 급하게 섭취한 뒤에 다음 환승역까지 아직은 어두웠던 창밖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

나중에 알게 된 정보지만, 유레일 패스는 해당 거주지역에서는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었다. 내가 만약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유레일 패스를 사용하다가 운이 나쁘게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당시에는 거주지 등록 전이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한마디 독일어도 못하고 어리바리하게 행동하는 동양인이 큰 가방을 옆에 두고 있는데, 누가 독일에서 거주한다고 생각했을까 싶다. 기차 안에서 한두 명 검사를 하는 게 아니라서 시간 소요가 많기 때문에 목적지와 날짜, 그리고 그에 필요한 서류(예매를 했을 경우에는 신분증 확인을 하기도 한다)만을 확인하기 때문에 표 검사에 대한 압박은 별로 없다. 하지만, 유레일 패스는 여행용으로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


환승역에 내렸다. 뒤셀도르프행 기차는 아직 도착 전이다.

타지에서 처음 사용해본 유레일 패스라서 사용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나는, 당시에는 매우 어설펐던 독일어를 종이에 써서 매표소 직원에게 유레일 패스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을 건넸다.


"Ich habe eine Frage. Darf ich mit dieser Karte umsteigen?"


해석하자면,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 표로 환승을 해도 되나요?"


너무나도 또박또박, 아주 천천히 질문을 했다. 나의 질문에 내가 보여드렸던 유레일 패스를 유심히 관찰을 하다가 그 직원은 "Ja/예" 라며 패스를 돌려줬다. 나는 거의 90도로 인사하며 고맙다고 하고 다시 먹을 것을 찾았다.

10년이 지나고서 나의 독일어 발음이 꽤 좋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당시의 나의 발음은 정말 심각했다. 종이 위에 적은 질문을 한국식으로 그대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히 하베 아이네 프라게. 다르프 이히 밑 디저 카르테 움슈타이겐...이라고. 알아들었던 직원이 신기했을 뿐이다.


독일에서 처음 살면서 마트에 갈 때나 교통편을 이용할 때면 종이에 적어서 대화를 시도했던 것 같다. 이렇게 적어둔 내용을 토대로 말은 걸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돌아오는 대답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독일어에 익숙해지고 독일어가 잘 들리기 까지는 1~2년이 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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