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gantes Yang Feb 06. 2022

씨불이다

쓸데없는 말을 주책없이 함부로 자꾸 지껄이다

씨불이다


태어나고서 다들 '엄마, 아빠'를 표현하면서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을 시기에 나는 여전히 옹알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뒤에나 말이 트였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모든 게 느렸던 나는 아이들이 두발로 걷기 시작할 때에도 일어나지를 못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혹시라도 앉은뱅이로 태어났을까 봐 걱정을 하셨었지만 그런 악몽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빠른 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식성. 아이들이 한창 모유나 이유식에 의지할 동안 나는 이미 모든 라면과 짜장면, 모든 음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어렸을 적 내가 먹고 있는 사진이 그걸 입증하고 있다. 내가 울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배가 고파서였다.


어른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나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말문이 늦게 트인 나는 잠들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해졌다. 정말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아이가 무슨 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었겠는가. 그냥 이말 저말 끊임없이 했다. 아무한테나 가서 아무 단어나 내뱉었다. 이전에는 울면 젖병만 물리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음식을 섭취하면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말문이 늦게 트인 만큼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했는지 그동안 귀로만 들었던 어른들과 형제들의 대화에 끼고 싶었는지 정말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외가댁의 어른들은 이런 날 '씨부랑탱이(씨불이는 사람)'라고 불렀다. 물론 아이에게 붙이기에 좋은 뜻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애칭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말을 하고 싶어 했을까. 그동안 자기만 대화에 못 끼고 어린것이 얼마나 답답해했을까 하셨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하는 대화의 첫 경험은 어린아이였던 나에겐 굉장히 대단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평소에 대화가 끊임없다.

 

쓸데없이(?) 말이 참 많다는 소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2008년 1월, 독일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