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불이다
태어나고서 다들 '엄마, 아빠'를 표현하면서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을 시기에 나는 여전히 옹알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뒤에나 말이 트였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모든 게 느렸던 나는 아이들이 두발로 걷기 시작할 때에도 일어나지를 못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혹시라도 앉은뱅이로 태어났을까 봐 걱정을 하셨었지만 그런 악몽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빠른 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식성. 아이들이 한창 모유나 이유식에 의지할 동안 나는 이미 모든 라면과 짜장면, 모든 음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어렸을 적 내가 먹고 있는 사진이 그걸 입증하고 있다. 내가 울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배가 고파서였다.
어른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나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말문이 늦게 트인 나는 잠들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해졌다. 정말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아이가 무슨 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었겠는가. 그냥 이말 저말 끊임없이 했다. 아무한테나 가서 아무 단어나 내뱉었다. 이전에는 울면 젖병만 물리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음식을 섭취하면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말문이 늦게 트인 만큼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했는지 그동안 귀로만 들었던 어른들과 형제들의 대화에 끼고 싶었는지 정말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외가댁의 어른들은 이런 날 '씨부랑탱이(씨불이는 사람)'라고 불렀다. 물론 아이에게 붙이기에 좋은 뜻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애칭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말을 하고 싶어 했을까. 그동안 자기만 대화에 못 끼고 어린것이 얼마나 답답해했을까 하셨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하는 대화의 첫 경험은 어린아이였던 나에겐 굉장히 대단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평소에 대화가 끊임없다.
쓸데없이(?) 말이 참 많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