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초등학교 미술 시간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지만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는 크레파스만큼 자주 등장했던 준비물이 바로 색종이였다. 색종이 묶음을 하나를 사면 묶음 안에는 서로 다른 열 장 남짓의 종이들이 들어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색은 과연 빨간색이다. 다음으로는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같이 선명한 색조의 종이가 인기가 많다. 그렇게 필요한 색상부터 꺼내어 쓰다 보면 갈색, 황토색, 고동색, 회색 따위의 종이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마치 연애 프로그램에 나오는 선택받지 못해서 혼자 쓸쓸히 밥을 먹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마지막까지 선택되지 않은 색종이는 마침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초등학생인 우리는 어디서 배우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색과 필요하지 않은 색을 알아서 정하고, 필요에 따라 종이의 가치를 다르게 매긴다. 같은 색종이지만 색깔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인기 없는 색상의 종이들을 모아서 수업 후반부 또는 후속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버리는 종이들이지만 종이가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첨언과 함께 수업을 마무리하면 의미 있는 수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기질과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처럼 어딜 가도 환영받는 색이고, 또 어떤 사람은 고동색, 회색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색이다. 빨간색 인간은 여러 사람들이 부르고 필요로 하지만 고동색 인간은 외롭고 쓸쓸하다. 우리가 빨간색 인간을 좋아하고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고동색 인간에게도 관심을 주었으면 한다. 인기를 끌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소외되는 사람은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