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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하람 Mar 25. 2024

최고의 가습기

겨우 수건 하나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은 뒤에는 반드시 수건으로 닦아줘야 한다. 귀찮다고 해서 수건질을 대충 하면 피부는 건조해지고, 두피는 각질이 생겨 나중에는 탈모가 올 수도 있다. 수건은 우리 몸의 수분을 가져감으로써 우리 몸의 수분을 지켜준다. 나는 그 동안 물을 잘 빨아들이는 수건의 쓸모에 대해 물기를 닦는 것 이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며칠 전에 편도염으로 병원에 전까지는 말이다. 

  며칠 전에 극심한 편도염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정도가 심해졌다. 음식이나 물을 삼킬 때도 통증이 심해서 죽을 먹었고, 스트렙실은 하루에 3개 이상 먹기도 했다. 기침이 나면 피가 났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더 심했는데, 잘 때 항상 왼쪽 코가 막히면서 입으로 숨을 쉬다보니 목이 건조해지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학교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가래가 나와서 순간적으로 교탁에서 뭘 찾는 척 물티슈에 뱉은 뒤에 조용히 처리한 적도 있었다. 배도라지포, 생강차, 도라지즙 등 목에 좋다는 걸 열심히 복용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결국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보통 편도염은 염증으로 편도가 붓고 빨개지는데 나는 정도가 심해 헐어버렸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까 목이 아파도 수업을 해야 하는 운명이 조금 슬펐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덧붙이기를, 잘 때 건조하면 안 되므로 젖은 수건을 걸어 놓으라고 하셨다. 

  나는 젖은 수건을 걸 바에 차라리 가습기를 하나 들이기로 생각했다. 그래서 괜찮은 가습기를 알아보기 위해 전자제품 유튜브 영상들을 여러 개 시청했다. 가습기는 기화식, 초음파식, 가열식, 복합식 등 종류도 많고 브랜드도 많다. 문제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어서 하나를 고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필터가 분리식인지 일체형인지, 필터 청소는 쉬운지, 가습기 본체 청소는 쉬운지, 소음은 얼마나 나는지, 전력은 얼마나 잡아먹는지, 세균 번식으로 인한 위생은 괜찮은지 등등 여러 장단점이 섞여 있는데 솔직히 전부다 포기하기 싫은 요소라서 고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의사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젖은 수건이 생각났고, 저녁에 샤워한 수건을 자기 전에 걸어놓고 사용해보았다. 체감될 정도로 극적인 효과는 아니었지만 어제보다 말라 있는 수건을 보면서 그래도 가습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위에 나열한 요소들을 전부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정확한 습도를 재기 위해 어제 습도계를 주문했다. 아침에 습도가 어느 정도만 나와준다면 젖은 수건보다 좋은 가습기는 없을 것이다. 

  수건은 말라 있을 때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지만 젖어 있을 때도 도움이 되었다. 다만, 사용하는 사람이 그 쓸모를 제대로 찾지 못했을 뿐이다. 어쩌면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사실은 우리가 그 쓸모를 찾지 못했을 뿐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 절대로 쓸모없지 않다. 마른 수건만 쓸모 있다고 생각한 것이 나의 편견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의 십중팔구는 좋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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