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가 동력이 되어 바퀴가 굴러가는 일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안장에 엉덩이를 붙이고, 한 발은 땅에 딛고 다른 한 발로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의 두 바퀴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나아감과 동시에 지구는 뒤로 자전한다.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자전거의 바퀴 또한 지구와 맞물려 돌아간다. 앞으로 나아가는 바퀴가 작용이라면 뒤로 굴러가는 지구는 반작용이다.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서 운동법칙을 배웠듯 나는 자전거 위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조화를 배웠다.
자전거를 굴리기 위해 화석연료는 필요 없다. 다만 두 다리의 근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환경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자전거까지도 불사한다.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는지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공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갖추었다. 날이 좋아지면 공공자전거는 대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아진다. 자전거를 통해 세상을 온몸으로 느낄 수도 있고, 즐겁게 타다 보면 허벅지 운동까지 저절로 된다. 인류 탄생 이래 이렇게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있었을까.
자전거를 좋아하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개인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가 생긴 뒤로는 1년 정기권을 끊어서 매일같이 타고 다녔다. 은평구 일대를 이동할 때는 버스, 지하철보다 자전거를 훨씬 많이 이용했고 역촌동에서 노량진까지 타고 다닌 시절도 있었다. 한 때는 1년에 거의 1,000km 가까이 타고 다녔으니 누가 봐도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가. 나는 근 30년 간 스스로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 '기후동행카드(대중교통을 월 고정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가 생긴 이후로 나는 자전거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나는 자전거를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었고, 나에게 자전거는 고작 교통비를 아끼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이는 최근에 깨달은 사실이다. 나는 얼마나 스스로를 속이고 살았으며 지금도 나 자신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부분을 속고 있는 중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