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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하람 Mar 18. 2024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소리

겨우 카메라 하

흐르는 시간은 멈추는 법이 없기 때문에 지나간 장면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초점을 잡고 셔터를 누르면 그 순간은 영원히 남는다. 세상 모든 것들이 시간과 함께 흘러가지만 사진만큼은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간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에서 뒤엉켜 왜곡되거나 사라지지만 사진은 그때와 정확히 똑같은 장면을 간직하고 있다.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꼬여있던 기억들이 명료해지면서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우리는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사진으로 남긴다.

 ‘찰칵!’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먹은 음식들을 기록하기 위해 셔터를 누르고, 다른 사람들은 그 시절의 ‘나’를 기억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들은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없어지고, 젊은 시절의 ‘나’는 점점 노화하고, 아름다운 풍경도 바뀌거나 사라지지만 카메라로 촬영한다면 과거의 현재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사진을 보면서 그때를 회상할 수는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사진이 무슨 소용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은 더욱 소중하다.

  지금, 카메라를 들자.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풍경, 맛있는 음식 등 기억하고 싶은 기억, 추억하고 싶은 추억에 대고 마구 셔터를 누르자. 카메라는 뇌의 저장 공간을 확보해 주는 보조 도구이다. 우리의 불완전한 뇌를 대신해서 완전한 장면을 저장해 줄 것이다. 마음껏 찍다가 용량이 부족해지면 필요 없는 사진부터 지워나가면 된다. 그러면 정말 중요한 기억만 남게 되고 그것을 우리는 추억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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