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하람 Mar 15. 2024

평생 한 가지 일만 해야 한다면

겨우 손톱깎이 하나

‘또각 … 또각 …’ 

자신의 역할과 사명과 존재의 이유가 이름에 모두 담겨 있다. 손톱깎이는 이름그대로 손톱을 깎기 위해 만들어졌다. 손톱이 길다 싶으면 바로 꺼내들고 손톱에 갖다 댄다. 손톱을 깎을 때는 적당히 깊게 잘라야 한다. 너무 깊게 자르면 다치게 된다. 살펴보면 주변의 많은 사물들은 과유불급을 가르쳐주고 있다. 다 잘랐다면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둔다. 손톱깎이는 이름처럼 손톱만 잘 깎으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손톱깎이가 부럽다.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손톱깎이는 무슨 일을 할지 진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묵묵히 자신의 일만 잘하면 된다.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안쓰러워 보인다.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진로를 고민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일만 해야 하는 손톱깎이는 꽤나 지루한 삶처럼 보인다. 손톱깎이는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면 최상의 삶이 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최악의 삶이 된다.

  사람들의 삶도 손톱깎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의 직업이 마음에 든다면 그 일을 최대한 오랫동안 하고 싶을 것이다. 몹시 부러운 삶이다. 반면 지금 하는 일을 10년, 20년 이상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스트레스가 밀려온다면 몹시 불행한 삶이다. 다행히 우리는 손톱깎이가 아니다.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일들을 탐색하고 경험해 볼 수 있다. 만일 지금 하는 일을 당장 바꾸기 힘들다면 내 인식을 바꿀 수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의 강점과 장점을 나열해 볼 수도 있고, 사명감을 가지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오늘 불행한 손톱깎이도 내일은 행복한 손톱깎이가 될 수 있다.

                    

이전 22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하찮은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