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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하람 Jan 20. 2024

겨울나무의 독백

겨우 나무 하나

이 글은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날, 겨울나무의 독백을 옮겨 적은 것이다.



유난히도 추운 겨울, 꽃도 다 지고 열매도 잎도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는 이미 세상에서 잊어졌다. 얼음 같이 차가운 칼바람은 추운 겨울을 인고의 계절로 만들고, 계절보다 차가운 무관심 속에서 나는 홀로 외로운 시절을 보낸다.


벚꽃이 피던 봄에는 나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각지에서 찾아와 사진을 찍고, 돗자리를 펴고 그 아래서 웃고 떠들었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내가 펼쳐주던 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피하려는 사람들과 농익은 버찌를 먹기 위해 날아드는 새들이 몰려왔고, 가을에는 붉게 멋들어진 단풍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주변의 길섶을 매우기도 했다는 것을, 한겨울의 비참한 모습으로 설파하려 해 봤자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노숙자들이 자기도 한 때는 잘 나갔다고, 각자의 호시절을 자랑하는 모습처럼 오히려 비웃음거리만 될 것이다.


나는 찬바람 같은 이 인고의 계절을 원망하지 않고, 그저 침묵으로 보내려 한다. 겨울이 지나칠 정도로 혹독하더라도 지나가는 것이지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겨울을 보내봤고, 수도 없이 많은 봄을 기다려봤다. 이 겨울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봄은 반드시 온다.




여기까지가 겨울나무의 독백이다. 사람들은 항상 있는 벚나무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한 철만 피는 벚꽃은 기억한다. 그렇지만 나무는 잔인하리 만큼 솔직한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의 때가 오기를 겨우내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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