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액상과당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액상과당은 과당의 비중이 높은 포도당과 과당의 액상 혼합물인데 이는 옥수수 전분을 가공해서 만든 시럽이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1:1의 비율로 연결되어 있지만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과당이 이미 끊어져서 따로 존재한다. 그래서 섭취하면 빠르게 흡수된다. 이러한 특징은 비만과 심장병을 유발한다. 우선 액상과당은 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뇌가 더 적게 섭취했다고 인지한다. 게다가 빠르게 흡수되어서 혈당이 급격하게 높아지면 혈당을 낮추기 위해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이 분비되면 우리 세포들은 혈액 속에 있는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이면서 비만이 되기 쉽다.
과당은 간과 비만에 매우 좋지 않지만 거의 모든 가공식품과 식당 음식에 흰 설탕과 과당이 들어간다고 하니 완전히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장 나쁘다고 하는 액상과당이라도 줄이기로 결심했다. 나는 카페에 가면 혈당쇼크가 올 정도로 달콤한 음료를 먹는다. 스타벅스 자바 칩 프라푸치노, 할리스커피 바닐라 딜라이트, 메가커피 쿠키 프라페는 나의 최애 음료 리스트이다. 특히 메가커피는 여러 종류의 프라푸치노와 달콤한 음료들이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어서 나에게는 혈당 천국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 사랑스러운 음료들을 대신해서 차를 먹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자바 칩 프라푸치노, 할리스커피 바닐라 딜라이트, 메가커피 쿠키 프라페
차는 절제의 음료이다. 차의 쓴 맛은 적응하기 힘들다. 단 맛에 길들여진 혀에게 쓴 맛을 보여주니까 혀가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라며 눈물을 글썽이는 듯하다. 나도 속으로는 눈물을 글썽이지만 냉랭한 표정으로 “지금은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언젠간 너도 내 마음을 알 거야. 그러니까 그냥 적응해.”라고 하면서 쓴 물을 입에 들이붓는다. 이는 어른이 되는 과정인가 싶다.
차는 타이밍의 음료이다. 주문하면 뜨거운 물과 티백이 같이 나온다. 찻잎을 담은 티백이 뜨거운 물을 만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우려낸다. 음료가 나오자마자 바로 마시면 찻잎이 전혀 우러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찻잎이 아까워서 10분 이상 오래 우려내면 쓴 맛을 넘어서 텁텁하고 떫은맛이 난다. 적당한 타이밍에 티백을 꺼내면서 과유불급을 배운다.
차는 자아도취의 음료이다. 아직도 애기 입맛인 나에게 얼그레이와 캐모마일은 똑같이 쓴 음료이다. 하지만 마치 원래부터 좋아하는 취향인 척 “얼그레이 주시겠어요?”라고 나지막이 말하는 모습은 스스로 어른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내 혀는 아직도 차를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차를 통해서 단 맛에 대한 욕구를 절제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티백을 꺼내면서 타이밍을 찾고, 차를 즐기는 ‘나’의 모습을 즐긴다. 아주 느린 속도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