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강릉 중앙시장에서 아이스크림호떡을 발견했다. 서울에서는 본 적 없는 메뉴라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하나 주문해 보았다. 기본, 커피, 흑임자 중에서 흑임자아이스크림호떡을 주문했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 한쪽에는 호떡이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담겨있고, 다른 한쪽에는 흑임자 맛 소프트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겨있다. 아이스크림을 나무젓가락으로 떠서 호떡에 얹어 입안에 넣는다. 의외의 조합이지만 달달하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둘은 제법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의 식감과 쫄깃한 호떡의 식감도 조화를 이룬다. 그렇지만 이 음식의 진정한 묘미는 갓 구운 호떡은 뜨겁고, 아이스크림은 차갑다는 데에 있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혀 위에서 휘감기는 느낌을 느끼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정반대였던 둘의 온도가 시간이 지나면 점점 가까워지면서 둘 다 미지근해져 버린다. 정반대인 온도지만 서로 맞닿아 있다 보면 어느샌가 둘의 온도는 가까워져 있는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서로 상반된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처음 만난다. 처음부터 모든 점이 잘 맞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만나다 보면 서로 싸우고, 서운하고, 섭섭한 일이 생기고, 화해하기도 하는 과정의 연속을 겪는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지혜롭게 잘 넘기다 보면 어느샌가 서로 정말 잘 맞고 닮아져 있는 둘이 되어 있다. 그러면 둘의 온도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뜨거워져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시점부터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짜 사랑했기 때문에 정반대의 온도를 맞출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