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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라 Jun 30. 2024

엄마앞에서는 항상 어린애

투정부릴 엄마가 있다는 것

작년부터 몸에 이런 저런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어느날부터 혀의 감각이 이상해져서 엄마가 평소에 침을 맞으러 다니신다는 

한의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엄마도 역시 치료받을 일이 많으셔서  같이 한의원에서 만나곤 한다.

나란히 한의원 치료실에 앉아서 침을 맞고 있으려니 

이제는 같이 늙어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나는 한달전부터 운동하다가 가슴 근육이 놀란 후에 낫지를 않아서 

더 자주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엄마는 얼마전에 무릎 수술 후에  통증이 심해지신 이후로 

몸의 염증 수치가 높아져서 인지 감기도 심하게 걸리시고

기침이 심해지시더니 폐렴기가 있으시다고 했다.

기침하느라 굽어진 어깨며 제대로 걷기 힘든 무릎이며 지하철 타고 한의원을 오는것도 힘들텐데

평소에 얼굴보기도 힘들게 바쁜척 하는 딸래미를 한의원에서라도 만나니 좋으셨는지 

나 먹이려고기어코 반찬을 싸오셨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불편하게 반찬을 들고 지하철 갈아타며

여기까지 왔을 엄마를 생각하니 왜 고마움 대신 짜증이 나는지..

나도 그 짐을 가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집으로 가야하는게 불편한 마음에 고맙다는 말 대신에

“엄마, 다음부터 서로 짐되게 이런거 싸오지 마세요.” 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러고 나서 집에와서 저녁때가 되어 반찬을 열어보니 

엄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은 반찬에 마음 한켠이 쓰리다.

한 입 맛을 보니 정말 맛있다.

엄마의 음식을 먹고나니 원망스럽게 짜증났던 마음이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바뀐다.

아프다고 한의원 찾아오는 딸래미한테 좋은거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으셨던 

엄마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

한의원에서 만난 엄마는 자꾸 내 머리를 뒤로 넘기라며 만지시고 

밤에 잠은 몇시에 자냐고 걱정하시고

다른데 아픈데가 없냐며 계속 물으신다.

내가 알아서 하는데도 엄마는 계속 나를 돌보려고 하신다.

이제는 내가 돌봐야하는데 엄마가 나를 자꾸 돌보니깐 내가 엄마를 돌보는게 잘 안된다.

엄마가 아픈데도 반찬을 만들어서 싸갈 생각도 하지 않고 아프시다고 하는데도 

뭘 해드려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엄마한테는 꼬맹이고 어린애다. 

엄마 눈에만 내가 그렇게 보이는 필터가 있나보다.

나는 아직도 사춘기 소녀처럼 엄마한테 짜증을 낸다.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눈빛에 더 철없이 군다.


며칠전 딸래미가 밤에 심한 복통이 왔다.

평소에 잘 먹던 아이가 며칠동안 아침에 일찍 가느라고 아침도 굶고 저녁도 제대로 안 먹더니

변비가 왔는지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아주 데굴 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워 했다.

평소에 감기가 걸려도 체력이 좋아서 하루 이틀 아프고 마는 건강한 체질이었는데

어딘가가 아프다는 경험은 참 오랜만이었나보다.

도대체 왜 자기가 아프냐며 아픈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아픔도 아픔이지만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당황스러워했다.

세상 시크하고 엄마한테 쌀쌀맞게 굴던 아이가 어린애로 돌아가서 아프다고 우는 모습을 보는데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귀여웠다.

“쓱쓱 내려가라, 테레사 배는 똥배. 엄마손은 약손.”

아기때 자주 불러주던 노래를 불러주며 배를 만져주고 약도 갖다주고

밤 늦은 시간까지 보살펴주고 옆에 있어주었더니 아이는 내 품에 쏙 안기며 말한다.

“엄마 고마워. 엄마한테 밉게굴어서 미안해. 엄마 정말 사랑해.“

얼마전 아이를 크게 혼내고 나도 화가나서 며칠동안 말도 안 걸었던 때가 생각났다.

이제 아이한테 너무 살갑게 굴지 말고 안아주지도 말고 좀 떨어져 있자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안겨서 아프다는 아이를 보니 아직 아기다.

어쩌면 이렇게 아기일까? 이 아이가 다 크면 아이가 아기처럼 안 보일까?


사춘기딸도, 쉰이 다 된 딸도

엄마 눈에는 아기다. 특히 아픈 딸은 더욱 잘 돌봐줘야 할 아기다.

더욱 걱정되고 보살펴주고싶고 더 먹이고 싶어진다.

엄마가 되고보니 알겠다.

엄마앞에서는 아플때 실컷 아파해도 된다는걸.

그리고 아팠을 때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고 감사하게 먹어주는게

제일 큰 효도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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