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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라 Mar 26. 2024

씩씩하게-회사로부터 영혼을 지키는법

씩씩하게 들꽃처럼 살아가기 


나는 씩씩하다는 말이 참 좋다.

매일 매일 일어나는 역경들과 힘든 상황 속에서도 꼿꼿하게 열심히 살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들판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것 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취해야 할 것을 알고 

자신이 피어야 할 시기를 알고 피는 들꽃같은 느낌이다.

화원에서 예쁘게 피어난 꽃들에게 씩씩하다고 하지 않는다. 

아름답거나 우아하거나 향기롭다고 한다.


거친 바람과 자기 멋대로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자신을 온전히 조절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한해, 한해 그에 맞게 자라고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는 

나무나 꽃, 풀 들을 보면 언제나 대견하고 씩씩하다는 생각이 든다.

씩씩한 것은 건강하고 가공되지 않고 순수하고 힘이. 세고 무엇보다 끈질기다.


나는 우리 엄마한테 이 씩씩함을 물려받았다. 

씩씩한 사람들은 결코 감정에 몰입되어 살지 않는다.

대충 계절과 시기 등을 감안해서 다가오는 날씨나 온도처럼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몇 주전까지는 전혀 예상이 안되는 태풍의 진로와도 같은 일들도

씩씩한 사람들은 그럭 저럭 잘 헤쳐나간다.

씩씩하다는 말은 군인들이 행진하는 느낌이고

나에게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오랜 공백끝에 들어간 회사생활은 처음에는 참 재미있었다.

내가 이런 일을 하고도 돈을 받는건가 의아할 정도로 나에게 잘 맞고, 재미있는 일만 주어졌다.

사람들도 다들 똑똑하고 배울점도 많고, 

사실 분위기에 크게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라 초반에는 모두와 나름 잘 지냈다.

그런데 회사라는 곳은 내가 잘 하는것만 잘해서는 버텨내기가 힘든 곳이었다.

점점 내가 못하는 부분이 드러나고, 

아무리 연습하고 고치려고 노력해도 익숙하지 않은 일은 금방 티가 났다.

잘 하는 것은 아주 잘하지만, 못하는 것은 너무 못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사람처럼 절뚝거리며 걷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잘 해주던 사수가 그만두자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고 마음 붙일데가 없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는 사람들은 정치를 잘하던지, 

아니면 높은 직급의 사람과 가족이어야 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오래 남는 사람들은 

대부분 능력보다는 회사의 충성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에게 월급을 주고, 일자리를 주고, 자르지 않고 데리고 있어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하고싶은 일이 명확히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는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다.

회사에 충성하고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때문에 능력이 뛰어나거나 젊은 사람들은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한다.

나는 회사라는 곳이 있으면 있을 수록 나는 그만두고 싶었다.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자 마자 나는 퇴사를 생각했다.


회사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이 곳에 있을 그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회사에서 윗사람의 아이디어를 실행하거나 내 아이디어를 회사에서 잘 다듬기에는 

너무 거칠고 무모했다.

나는 가공되지 않고,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하며 학원에서 일한 경력은 있었지만, 

그때는 조직이라기 보다는 작은 공동체에 가까웠다.

나는 회사라는 곳에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인 이야기나 

앞과 뒤가 다른 말들을 보며 상처를 받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나를 욕하거나 못되게 굴지 않는데도, 

나는 착하고 순수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로 고통스러웠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것,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기 않는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가 그들의 욕을 하고 있고, 

누군가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다니고 있는것이 힘들었다.

그런 내 자신이, 사랑이 없는 내 마음이 제일 힘들었다.

내 영혼의 일부가 아파하고 있었다. 

회사는 영혼이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곳이었다.



지금 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나는 매일 매일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칭찬해주고 

때로는 무섭게 진심을 담아서 혼내기도 한다.

아이들은 변덕스럽고 까불고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도 안 지키고 게으르지만 

너무 너무 사랑스럽다.

나에게 온 아이들 중 한명이라도 사랑하지 않는 아이들이 없다. 

한명, 한명 장점들만 하루 종일 떠들수도 있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 좋다. 아이들도 나를 좋아한다. 

나를 보면 항상 재잘 재잘 떠들거나 땡깡을 부린다.

숙제좀 그만 내달라고 짜증을 내지만, 항상 내가 칭찬해주면 기분 좋게 웃는다.

아이들은 겉생각이나 뒷 생각이 없다. 

얼굴을 보면 영혼이 그대로 담겨있다.


아이들을 다시 가르치면서 내 영혼은 다시 회복되었다. 

아직도 가끔 갇혀있는 공간에 들어가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비행기를 탈 때는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답답해서 숨을 못 쉴것 같은 힘든 상황이 있을 때가 있다.

공황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내 영혼이 받아온 상처로 인해 가끔 장애가 있는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다시는 사랑이 없이 텅 빈 마음으로는 누구와도 일을 하지 않을거라는걸.


70이 다되신 엄마는 지금 노인요양보호사로 일하신다. 

몸이 고되고 힘들어도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내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줄 아니? 

여기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만 오기를 기다리셔. 나를 딸이라며 얼마나 예뻐해주시는데..

나도 매일 매일 그분들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이렇게 사랑받는데 직장을 안 다닐 수 없지.”

딸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각 병상을 돌아다니며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인사하고 사랑으로 돌봐주시는 모습이 상상이 간다.

자기도 할머니면서 우리엄마는 참 씩씩하다. 

남편을 잃었을 때도 씩씩하게 털고 일어나서 우리를 위해 돈을 벌러 다니셨다.


엄마의 씩씩함은 누군가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

나의 씩씩함도 그렇다. 믿는 구석이 있어야 씩씩해진다.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쳐도 매일 뿌리를 단단히 보듬고

물기를 머금어주는 대지로 인해 들꽃들이 싹을 피우고 씩씩하게 자라듯이

엄마와 나를 지탱하는 것은 사랑의 힘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힘!

씩씩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사랑스럽다는 말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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