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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라 Apr 07. 2024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오는 어두운 시간을 마주하는 자세 

아들러 심리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한 권에 꽂혀서 아예 책을 사서 읽게 되었는데,

그의 심리학의 핵심은 이것이다.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과거의 어떤 충격이나 트라우마가 현재의 나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가 그러기를 바라는 나의 목적때문에 그렇게 된다는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많은 뇌 과학책과 심리학 책을 읽었었는데, 왜 아들러를 이제 알게된걸까? 

 

물론 나는 과거의 나와 연결되어 있고, 마치 새로 리부팅되는 컴퓨터가 아닌 이상

과거의 기억과 상처와 행동 양식에 영향을 받겠지만

그 목적론에 관한 아들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재나 미래의 '나'라는 존재가

내가 받은 상처로부터 무관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는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나는 예전에 힘들었던 기억들 때문에 어느 순간 긴 터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얼마 전 긴 터널을 지날때 느꼈던 불안한 감정을 과거에서 찾으려 했던 나는

그 불안을 갖고 내가 원했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봤다. 

잘은 모르지만 지금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는 있으나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나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한 불안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어떤 형태로 스스로를 이해시키려 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어두운 터널은 그냥 터널일뿐이다.

가끔은 막힐수도 있고 어쩌다가 사고도 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금방 지나치게되는, 

먼 길을 빠르게 단축시켜주는, 운전을 할 때 편리한 도로의 형태일뿐이다.


그 생각을 하니,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는 어린 시절 받았던 힘든 일들, 남편과 아들의 죽음으로 받았던 고통과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과거의 상처안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 않고

지금도 성장하고, 세상과 맞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밝은 에너지와 사랑을 가득 발산하고 있다. 

그것은 감사하고 기쁘게 살고자 하는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엄마에게도 어두운 터널이 있겠고, 남들이 모르는 두려움과 불안이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통해서 나에게 용기와 사랑의 메세지를 준다. 


여전히 나의 두려움은 변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분리할 수 있는 인지력이 생겼다. 

지금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날때 

나는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이 느껴진다. 

나에게는 힘들었던 기억들이 터널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 해 양양을 놀러가는데, 10킬로가 넘는 인제 양양 터널을 지날 생각을 하면 

여행 며칠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그 터널이 나타나기 얼마 전까지 운전하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한다.

그런데 다행인것은 그 제일 긴 터널이 나타나기 얼마 전에 

그 보다 짧지만 꽤 긴 터널들이 여러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짧은 터널들을 지나갈 때는 내가 길다는 인식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긴지 모르고, 

언젠가는 터널의 끝이 있다는걸 알기에

마음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

문제는 내 머릿속에 ‘가장 긴 터널’이라는 관념이 주는 미리 앞선 두려움 때문이다.


양양의 그 푸르고 예쁜 바다를 생각하면서, 

올 해는 그 두려움이 얼마나 줄었나, 

그 두려움을 이기고 나는 얼마나 성장했나를 매 해 확인한다.

두려움을 느끼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나는 조금씩 나아진다. 

과거에 내가 두려웠던 것은 현재에도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새로운 시작이므로 

과거와는 별개로 두렵지 않을 수도 있다. 

무언가가 두렵다는 것은 내가 지금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재의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이 현재의 나의 모습이니 

두려우면 나를 다독여주고 두렵지 않으면 나를 칭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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