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무언가 시작하려고 마음먹으면, 나는 늘 계획부터 세운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버려 정작 시작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앞으로 나아갈 기회는 충분히 있었는데,
나는 왜 그 앞에서 늘 머뭇거렸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결심이 단단해지면 오히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다.
예를 들어 홈트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시간을 정하지 않고 바로 몸을 움직인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라는 세세한 계획을 세우면 지키지 못했을 때 패배감에 빠지고,
결국 제대로 하지 못한 기분에 휩싸여 버리고, 그 시간에 어떤 변수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즉흥적으로 바로 시작하는 게 더 잘 맞는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이 강의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바로 듣는다.
그리고 들으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 끝나고 나서 실천할 일을 곧장 떠올린다.
계획보다 실행이 먼저 오는 방식, 그것이 나의 습관이다.
그렇지만 이 실행도 계획의 일부라는 걸.
사실 나는 원래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한 번 약속한 건 반드시 지켰고, 시간만큼은 철저히 지켰다.
하지만 결혼과 육아를 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아이는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언제든 변수가 생겼다.
그 변수에 대비하려고 또 다른 계획을 세우다 보니
어느새 나는 ‘계획적인 사람’으로 훈련되어 있었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새벽에 일어나 세수로 잠을 깨우고, 혼자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소금과 레몬즙을 탄 물을 마신다.
아이들 등원 준비를 하고, 주스를 갈아 마시는 일상이 이어진다.
아침을 여는 이 작은 습관들이, 나만의 출발 의식이다.
나만의 출발 의식으로 하루를 열고,
오늘 하루의 일과를 살펴보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계산된다.
언제 올지 모르는 변수에 대비해 세세하게 계획하진 않는다.
그저 언제든 그 변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계획이 없는 삶은 이제는 상상할 수 없다.
계획을 세우며 수많은 일을 견디고, 버티고, 지나쳐 왔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나 방향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나에게 ‘계획’은 단순한 일정표가 아니라,
오늘을 버티게 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나만의 출발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