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조선의 번화가에서

조선 분식집 1

by 칭푸르

망연자실...

지금 환의 심정에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내가 어쩌다가 조선까지 오게 된 거야?'

'아니.. 애당초 말이 안 되잖아?"


"조선? 조선이라니? 내가?'


환은 언덕에 주저앉은 채 저녁노을에 곱게 물들어 가는 예쁜 '조선'의 마을을 바라보며, '이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한탄했다.

하지만, 환이 그러거나 말거나 멀찌감치 앞서서 씩씩하게 제 갈길을 가고 있는 여인.


"아.. 안되지! 여기가 조선이건 아니건 간에, 저 여자는 지금 내가 유일하게 아는 사람인데..."


'절대로 떨어져서는 안 돼!'


환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여인이야말로 이 낯선 곳에서 자신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존재임을.


"이봐~ 헙!"


순간 소리를 지르려다 입을 다물어 버리는 환.


'아니지 아니지.. 괜히 소리쳐서 불렀다가 도망가버리거나, 따라오지 말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지금은 조용히 따라가자... 음음...'


환은 언덕을 내려가며 생각했다.

은밀하면서도 민첩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가겠노라고.


**********


"아니... 무슨 여자가 걸음이 저리도 빠르대?"

"이건 뭐 은밀하게는커녕... 쫓아가기도 힘들잖아? 헉헉..."


열심히 그녀의 뒤를 쫓던 환은 잠시 멈춰서 숨을 골랐다.


"배가 고파서 쓰러질 것 같은데..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는 거지?"


환은 투덜거리며, 다시 그녀를 쫓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런!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환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그녀...


"뭐야? 어디로 간 거야?"


당황한 환은, 갑자기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 나갔다.


"아!"


하지만 그녀가 사라진 모퉁이를 돈 환은 의외의 장소를 맞닥뜨리곤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환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엄청나게 번화한 거리였다.


"노리개 사세요! 예쁜 노리개 있어요!"


"자자~ 생선들 보고 가시오! 싱싱한 벽문어도 있고 추어도 있소~!" (* 벽문어 = 고등어, 추어 = 멸치)


"와서 구경들 하고 가세요~!"


"찰지고 맛있는 쌀 사가시오~!"


양쪽으로 늘어선 다양한 점포들과 길을 가득 메운 수많은 사람들...

그 속에서, 호객을 하는 상인들과 물건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와!!!"


처음 봐서 생소하지만, 그러면서 어딘가 무척 익숙한... 그런 신기한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진 환.


"사람 사는 모습은 어느 시대나 다 비슷하구나..."

"사람들 옷차림이나 몇몇 풍경을 제외한다면, 사실 지금 서울의 모습이랑 크게 다르지도 않네! 하하하"


환은 그녀를 쫓아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한동안 조선 번화가의 매력에 푹 빠져 넋을 놓고 구경했다.


"오! 비녀다 비녀!"

"이야~ 조선에서는 정말로 쌀을 볏짚으로 만든 가마니에 넣어서 팔았구나?"


쉴 새 없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거리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환.

평소에도 식당을 운영하면서 장보기를 좋아했던 그였기에, 난생처음 보는 조선의 번화가에 넋을 빼앗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


그러다 문득 댕기머리의 여자아이를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된 환.


'맞다!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뒤늦게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그녀를 찾아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야? 대체 어디로 간 거지?"


크게 당황한 환은 그제야 인파를 뚫고 정신없이 그녀를 찾아 헤맸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그녀.

환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다 내 잘못이다... 자기가 처한 상황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어찌 됐는지도 모르면서, 정신줄을 놓고 있었으니...'


"하...."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 환.


- 뚝 뚝 -

한숨은 이내 눈물로 변해 바닥을 적셨다.


'하... 낯선 곳에서 처음 깨어났을 때도... 한 밤 중에 어두운 산속을 헤쳐나갈 때도 다 참아냈는데...'


결국 복받치는 설움에 길 한복판에서 울음이 터져버린다.


"으흑흑... 흑흑..."


환은 저녁노을에 물들어가는 낯선 곳에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흐느껴 울었다.

후회... 두려움... 설움... 등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킨 눈물이었다.


- 툭툭 -


이때 인파 속에서 알 수 없는 손이 다가와 환의 어깨를 두드렸다.


"으흑흑..."


하지만 이를 깨닫지 못하는 환.


- 툭툭툭 -


알 수 없는 손이 다시 한번 어깨를 두드리자 환은 그제야 알아채고 대답을 했다.


"흑흑.. 네..."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돌아본 환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린 사람을 보고 크게 놀라 소리쳤다.


"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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