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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칭푸르 Oct 16. 2023

11화. 그녀를 위한 조선 첫 요리

조선 분식집2

한편 물지게를 지고 주막으로 돌아온 환은 어느새 주막에 가득 들어찬 손님들을 발견했다.


'어제도 생각했던 거지만, 여긴 사실 꽤 장사가 잘 되는 주막이구나?'


"주모! 여기 장국밥 한 그릇!"


"탁주 한 병 내어 주시오!"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밀려드는 주문들.


"아이고! 가요 가~!"


몰려드는 손님들의 주문에 연아가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이런 걸 혼자서 계속 운영해왔다는 거야? 대단하군!'


그녀가 첫인상과 달리 보이면서, 뭔가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환이었다. 


"박주모!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요?"


"아! 환도령! 그럼 손님들 자리에 좀 안내해 드리고, 주문도 좀 받아주시오!"


"그래요! 알았어요!"


환도 가져온 물지게의 물을 물항아리에 채워 넣은 뒤, 바로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어서 오세요! 자 이쪽으로 앉으세요!"


현대에서도 분식집을 했었던 환이었기에, 접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선시대나 현대나 손님 받는 건 다 비슷하구나...'


"자자! 몇 분? 이쪽으로 오세요!"


"네~네! 국밥 갑니다~!"


**********


손님은 저녁까지 끊이지 않았고, 솥의 국밥용 탕이 다 떨어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마지막 손님이 주막을 나갔다.


"와... 정신없었다! 그런데, 장사 진짜 잘 되네?"

"이 정도면, 박주모... 사실은 엄청난 부자인 것 아니야?"


그러자, 연아가 어림도 없다는 표정으로 환에게 대답했다.


"부자는 무슨! 원래 우리 주막은 단골손님으로 근근이 버티는 중이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손님이 많이 오신 것뿐이오!"

"매일 오늘처럼만 장사가 잘 되면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지! 아버지가 위험하게 포수일을 하러 다니지 않으셔도 되고..."


"오늘만 장사가 잘 된 거다...? 그럼... 이유는 딱 한 가지네!"


"그게 뭐요?"


"흠흠... 그건... 바로 나! 이 환도령이 주막에 복을 가져온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오?"


"그러니까... 내가 이 집에 오고나서부터 갑자기 장사가 잘 되는 거니까... 내가 이 주막의 복덩어리란 소리 아니겠어요? 하하하!"


환의 넉살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연아.


"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마무리하고 우리도 밥 한술 뜹시다."


"거 참...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맞는데..."


그때였다.


"박주모! 박주모!"


주막 앞에서 누군가 연아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그리고 여인 둘이 주막으로 들어왔다.

둘 다 매우 깔끔한 복장에 몸가짐이 남달랐는데, 분위기를 보니 한 사람은 양반집 여식이고 다른 사람은 그녀를 모시는 몸종인 듯했다.


"어머! 지혜 아씨 오셨어요!"


부엌에서 밥을 차리던 연아가 뛰어나와 반갑게 그들을 맞이한다.


'지혜... 아씨...? 누구?'


환은 조심스럽게 그 두 사람을 살펴보았다.

아씨인 듯한 여인은 예쁜 꽃장식을 머리에 치장하고, 값비싸 보이는 분홍빛 계열의 한복을 입고 있는 것이 꽤나 높은 신분인 듯했고, 그녀의 몸종 또한 평범하지만 연아와는 뭔가 다른 조신한 몸가짐이 느껴졌다. 

환은 그런 그녀들을 보고, 어두워서 얼굴이 다 보이지는 않지만, 은근한 기품이 느껴지는 여인들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아씨가 또 박주모네 국밥이 그렇게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아이고! 지혜 아씨가 또 우리 집 국밥이 드시고 싶으셨구나!"


"난 박주모네 국밥이 정말 맛있어! 내가 먹어 본 국밥 중에 박주모네 것이 최고인 것 같아."


"저같이 미천한 것의 손재주로 만든 국밥을 우리 아씨가 이리도 좋아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요!"

"그런데 어쩌죠 아씨... 오늘 정말 오래간만에 손님들이 많이 오는 바람에 국밥이 다 떨어졌어요..."

"다시 끓일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거고..."


국밥이 떨어졌다는 연아의 말에, 순간 어두워지는 지혜의 얼굴.


"그럼 어째 박주모? 우리 아씨 여기 국밥 먹으려고 점심도 건너뛰셨단 말이야!"


"아니야... 사월아... 어쩔 수 없지..."

"우리가 너무 늦게 찾아오기도 했고... 미리 기별을 하지 못한 내 잘못이 크지... 다음에 다시 오도록 하자꾸나!"


"죄송해서 이걸 어째요 아씨... 한 달에 한번 이 국밥 때문에 일부러 찾아주시는 아씨인데... 국밥을 못 드려서요..."


연아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속상해했다.

환은 그런 연아의 표정에서, 그녀가 얼마나 이 아씨를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 나도 요리인의 한 사람으로,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아가시게 하는 건 아니지!'


그렇게 생각한 환은 부엌으로 가서 국탕이 들어있던 솥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아주 조금 국물이 남아있긴 했는데, 국밥 반 그릇도 못 채울 아주 적은 양이었다.

게다가 건더기가 하나도 없어서, 이 국물로 국밥을 만든다는 건 이미 불가능했다.

하지만 환은 이를 보고 의외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어!"


솥뚜껑을 닫고 부엌의 여기저기를 살핀 뒤 밖으로 나온 환은 마당에 있는 연아와 지혜 일행에게 다가가 이야기했다. 


"꼭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갑작스럽게 대화에 끼어든 환의 존재에 깜짝 놀란 사람들.


"누... 구?"


그러자, 연아가 괜찮다는 듯 아씨를 안심시켰다.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아씨! 오늘부터 우리 집 식솔이 된 막일꾼 같은 남자입니다."


"그래?"


"제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고요! 그러니까... 그 지혜... 아씨? 보아하니 어렵게 오신 분 같은데..."

"지금 시간도 애매하고, 어차피 배가 고프면 집에 가기도 힘이 들 테니... 제가 음식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네?"


"뭐... 무슨 소리오? 환도령!"


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는 세 사람이었다.


"아니... 국밥용 탕국도 없고, 육전이나 다른 재료들도 다 떨어지고, 고작 남아 있는 건 김치랑 나물 같은 풀떼기뿐인데... 그걸로 무슨 음식을 만든다는 말이오?"


"귀하디 귀한 우리 지혜 아씨란 말이오! 어찌 그런 것들을 드시게 할 수 있겠소?" 


"그러니까... 나한테 맡겨줘요! 기회가 없어서 박주모에게 말은 안 했지만, 나도 꽤 오랫동안 음식을 만들었던 사람이에요!"


하지만 환이 영 못 미더운 연아는 단칼에 이를 거절했다.


"됐소! 그쪽을 어찌 믿고 우리 아씨가 드실 음식을 맡긴단 말이오?"


"하~ 답답하긴! 한 입 먹다 맛없으면, 안 먹으면 되는 거지!"

"그리고... 어차피 내가 음식을 안 만들면, 귀하신 지혜 아씨는 결국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는 거잖아요!"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 배고파서 내 집을 찾은 손님을 그렇게 돌려보내는 법은 없지요! 암!"


환의 청산유수 같은 말에 끌렸는지,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지혜가 연아에게 말했다.


"그래, 박주모! 이 분이 이리도 자신을 하시는데... 나는 괜찮으니까... 한번 믿고 맡겨보자!"


"........................"


"아씨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신다면야... 대신 환도령, 맛이 없을 경우, 오늘 저녁밥은 없을 줄 아시오!"


"오케이!"


"오케... 지금 뭐라 했소?"


'아차...'


"아... 뭐... 알았다는 소리요!"


그렇게 환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지혜는 그런 환이 무척 신기하고 또 궁금하다고 생각했다.


"저 도련님은 처음 보는 신기한 옷을 입고 있구나? 머리 모양도 그렇고..."


"그게... 저도 어제 처음 봐서 잘 몰라요! 어디 지방 사람인 듯한데... 집 나간 여동생을 찾아서 한양에 왔다나?"


"뭔가 사연이 있는 사람인가 보네?"


"사연은 무슨요! 그냥 넉살 좋고, 시끄럽고... 뭐 그런...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무슨 남자 피부가 저리도 고울까? 눈썹도 짙고, 눈도 커다란 것이 무척 잘 생긴 도련님인 것 같구나..."


"네? 아이고 우리 아씨가 배가 많이 고프신가 보다! 저런 시답지 않은 남자를 그리 다 보시고!"


환의 외모를 칭찬하는 지혜의 말에 연아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이 인간은 대체 남의 집 부엌에서 뭘 만드는 거야?"


연아는 화제를 바꾸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다가갔다.


- 치익치익 -


부엌에서는 환이 국솥 안에서 국자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고, 그 사이로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놀란 연아가 환에게 물었다.


"아니! 지금 대체 뭘 하는 거요?"


"걱정 말고... 다 했으니까! 가서 기다려요! 금방 가져다 드릴 테니!"


"우리 집 부엌에서 대체 뭘 만든 거요! 불이라도 냈다간 저녁밥 정도로 안 끝날 줄 아시오!"


"아이 정말! 이상한 것 아니니까... 내 말대로 가서 좀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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