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멀리서 보아야

by 달빛그림자

지난주 토요일 몇 년 만에 여의도로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사람 많고, 화장실 가기 여의치도 않고, 올 때 편치 않고

나는 이래저래 불꽃놀이 구경에는 큰 흥미가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조카가 꼭 불꽃놀이를 보고 싶다고

졸랐다. 몇 년 전에 데려갔을 때는 어려서 그랬는지

보는 둥 마는 둥이더니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가자고 하는 게

아닌가.


집안 사정상 나는 조카를 키우다시피 했는데

좋은 구경이 있거나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다면 가능한 한

아이를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니는 편이다.

아무튼 조카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여의도로 향했다.


예상대로 여의도 한강공원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나름 일찍 간다고 갔건만 명당으로 보이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풀밭에 자리를 펴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름 나들이라고 치킨도 먹고, 떡볶이도 먹으며

불꽃놀이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 시간쯤 흘렀을까?

드디어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중국과 스웨덴, 한국 총

3팀이 참여하는 했는데 "타당, 펑, 펑펑~!!!"

불꽃놀이가 시작되자마자 갑자기 사람들이 앞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사람들이 위로, 앞으로

걸어가느라 시야를 가렸다. 게다가 우리가 앉은 곳에서

보이는 시야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어 시선을 조금

가렸다. 그 때문에 낮은 곳에서 쏘는 불꽃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불꽃을 좀 더 잘 보고 싶으셨던 어머니는 좀 더 앞으로

가까이 가자고 주장하셨다. 하는 수 없이 가족들 모두

일어나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많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통에 똑바로 걷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다가간 곳에서도 불꽃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강공원 곳곳에 나무가

심겨져 있어 어느 쪽에서 보든 시야가 탁 트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멀리 앉아 있을 때보다도

시야가 더 가려 불꽃이 눈 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 가족은 구관이 명관이라며 원래 자리 근처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잘 보려고 앞으로 나아갔건만

똑똑히 보기는커녕 시간만 낭비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사람들과 부딪쳐 시비가 붙기도 했다. 애초에 원래의

자리를 지켰다면 음악과 어우러진 화려하고 멋진 불꽃을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들은 때로 잘 보겠다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보다

멀리 있을 때 있는 모습 그대로 넓고 아름답게 볼 수 있다고

말이다.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아등바등 앞만 보고 나아갔으나

내가 기대하던 풍경이나 상황이 아닐 때 느낄 허탈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물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세밀한 가늠 없이, 무작정 분위기에 휩싸여, 막무가내로

앞으로만 나가다 보면 원하는 목표에 이르기도

힘들 뿐더러 애쓴 공을 보상 받기도 어렵다.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에 처해 힘만 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불꽃놀이처럼 아름다운 무언가를 눈 안에 오롯이 담고 싶은가?

때로는 멀리서 보아야 넓고 아름답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꼭 얻고 싶은,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가? 때로는 멀리서 보아야 전체를 보며 어떻게 얻을지

세심한 계획을 세우고 침착하게 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


때로는 멀리서 힘을 빼고 보아야 원하던 것이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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