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밝기

by 달빛그림자

우리가 보내는 하루는 어둠에서 시작했다 밝음을 한동안

경험하고 다시 어둠과 함께 마무리된다. 물론 여름과 겨울의

낮과 밤의 길이가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어두웠다 밝아지고

다시 어두워지는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하루는 우리의 인생과도 비슷하다. 어두운 자궁 속에서

9개월을 보낸 뒤 밝은 빛이 쏟아지는 세상으로 나왔다 결국

눈꺼풀이 감기며 어둠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던가.


얼마 전 주말에 텔레비전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봤다. 그날은 스페인에 주재원으로

가게 될 가족의 집을 찾아줬는데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도

보기 좋았지만 한 가지 사실이 내 눈길을 끌었다.

대략 대여 섯곳의 집을 소개했는데 그 중에 두어 집은

방에 조명이 없었다. 게다가 그 나라 사람들은 낮에 햇빛이

많이 쏟아져 들어오는지 유난히 차광 즉, 빛을 막는 데에

철저한 것 같았다. 집집마다 차광막이 없는 곳이 없었다.

실제로 차광막을 내리면 집안이 깜쪽같이 시커먼 어둠 속에 빠졌다.


나는 엄마와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말했다. "무슨 방에

불이 없어? 밝은 게 좋지. 저렇게 하면 방에 따로 스탠드를

사야 하는데 그 정도 빛으로 어떻게 방 전체를 비춰? 그건

너무 어두운 거 아냐? 난 저렇게 어두운 집에서는 못 살겠다."

엄마도 연신 내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그래, 불이 환하게 밝아야 좋지. 어두침침하게 어떻게

사냐?" 물론 프로그램에서는 스페인 사람들 대부분 거실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방에서는 철저히 휴식을 하기 때문에

방에 따로 조명을 달지 않는다는 설명을 해줬다. 그래서 스탠드

한두 개만 방에 있어도 휴식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는

거였다. 아마 스페인 사람들은 일과 휴식을 철저히 분리하는

타입인가 보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환한 걸 좋아한다. 낮에 자연광을

받아 환한 것도 좋지만 밤에도 대낮 같이 환하게 조명을

밝히고 있다. 그 때문에 실제로 어둠을 경험하는 것은 잠을

자는 몇 시간에 불과하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잘 때도

어두운 게 싫다며 밤에 조명을 켜둔 채 잠이 들기도 한다.

물론 요즘 짓는 집들 중에는 직접조명보다 간접조명을 설치해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곳도 있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을 빼곤

여전히 밝은 조명을 선호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을 보다 문득 우리의 인생도 어둠과

밝음이 반복되는 하루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밝은 세상을 살다 어둠의 세계로

사라지는 것도 그렇지만 인생의 굴곡도 그와 같지 않은가.

미미하고 어두운 상태에서 시작했다 밝고 화려한 인생의

전성기를 누린 뒤 다시 서서히 어두워지는 황혼을 맞아야

하며 결국 빛 하나 없는 새까만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우리의 하루도, 한 달도, 일 년도, 평생도 모두

이와 같이 흘러간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밝은 게 좋다고 목청을 높인다. 단순히 목청을

높일 뿐만 아니라 스탠드를 여기저기 설치하거나 눈이

부시다 못해 찌를 지경인 LED 조명을 켜고 너무 밝아서

좋다고 박수를 친다. 어떻게든 나의 일상에, 인생에 밝음이

계속 되기를 바라며, 지금보다 더 밝아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밝음에 취해 있을 수는 없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다시 어둠으로 바뀌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자

인생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것을 거스를 수 없다.

지나치게 밝음에 목을 매며 집착하다가는 오히려 밝은

햇빛이나 조명에 눈이 상할 수도 있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수명이 길어졌다 해도 우리는 자연의 섭리에,

인생의 진리에 순응해야 한다. 그래야 어둠을 어둠답게,

밝음을 밝음답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낮이 계속되거나 밤에도 환한 조명을 켜둔 인생은 결국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백야가 계속되는 북유럽의

나라들을 생각해보라. 하루, 이틀은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일지

모르지만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여간 피곤하고 고역이

아닐 수 없으리라. 밤은 밤다울 때, 낮은 낮다울 때 우리는

오롯이 하루를 누릴 수 있다.


인생 역시 밝을 때가 있으면 어두울 때가 있어야 밝음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어둠의 역할도 알게 된다. 또한 때로는

어둠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결국 까만 어둠 속에 잠이 푹

들어야 밝고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으니 말이다. 휴식을

휴식답게 취할 때 피로도, 걱정도 덜어지고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의 밝기는 지금 어느 정도일까? 눈을 찌를 만큼의

LED로 내 일상을, 내 인생을 비추려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해가 뜨고 지는 밝음과 어둠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어둠과 친숙해지고, 간접조명을 밝혀 덜 밝음의

아늑함을 즐겨야겠다. 또 때로는 완전히 차단막을 내린 채

완벽한 휴식을 취하기도 해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찾아왔을 때 햇살이 선물한 밝음을 맞아 보리라.


그렇게 어두웠다 밝아지고 다시 어두워지는 하루와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평범하지만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당신 인생의 밝기는 지금 어느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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