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이사하는 전날이었다.
지금 사는 집보다 면적이 3분의 1은 커지니 집안을 가득 채운 짐들을 좀 여유롭게 풀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마저 여유로워졌다. 다행히 방학 중이고 다음 학기 강의도 지난 학기와 같은 과목이어서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다. 올해 안에는 꼭 쓰리라 마음먹은 박사 논문 준비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이사하는 새집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5층이라는 거다. 지금 사는 집은 1층이 없는 2층이어서 대지의 모든 수분을 다 흡수한 듯 때만 되면 집이 꿉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잘 보이지 않는 방구석에서 자라고 있을 곰팡이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이사하고 싶었다.
결혼하고 처음 자리를 잡은 이 집에서 우리는 첫째와 둘째를 두 살 터울로 낳고 산후도우미 이모님들의 도움으로 직접 몸조리도 했고 아이들을 키웠다. 내 삶에 오랜 세월 동안 계획에 없었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아내며 쌓인 추억이 가득해 소중하기도 했다. 집안 구석구석에 우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어서 그것들을 다 두고 가야 하는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쌓였을 묵은 먼지를 털어버리는 것은 속이 시원한 일이긴 하다. 웬만한 계기가 아니면 싹 털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엄마가 저녁에 대구에서 오시면 바로 애들을 맡기고 밤새 정리를 할 계획이다.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알아서 잘 이사시켜 주겠지만, 예전에 평론을 써 주고받은 그림도 있고 여러 작가에게 받은 작품들은 따로 미리 포장해야 했다. 내 나름의 컬렉션들인지라 중요한 것들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잠자는 것 때문에 힘들게 한 적이 거의 없었던 딸들은 역시 7시가 되자마자 벌떡 일어나 벌써 한 시간째 놀고 있다. 갑자기 조용해진 아이들이 안 보여 한참을 찾다 보니, 두 딸은 내가 이사하면 쓰려고 원 플러스 원으로 사놓은 라탄바구니 스타일의 커다란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가 손잡이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엄마~ 엄마!! 우리 어디 있게? 우리 찾아봐라~" 둘이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아침 준비에 정신이 없어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아는 척을 하는 순간 아이들의 놀이에 동참을 해야 하기에 최대한 계속 모르는 척해야 했다.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못 찾는 척을 했다.
"어머, 어디 간 걸까? 정말 못 찾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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