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동생네 부부를 병원에 남겨두고 나는 늦은 밤 KTX 막차를 타고 집에 다시 돌아왔다.
엄마는 중환자실에 누워있어 밤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엄마를 결코 병원에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밤새 갑자기 깨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깨어났는데 우리가 아무도 없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 삼촌과 숙모들, 그리고 이모들과 이모부들도 늦게까지 병원에 모여 있었다. 잠깐이지만, 엄마가 쓰러지고 우리끼리만 있으면 우리가 더 무섭고 쓸쓸할까 봐 엄마의 형제자매들이 다들 모여있는 여기서 쓰러진 건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엄마는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돌이켜보면 엄마는 무언가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말로 하지 않아도 지금 뭐가 필요한지, 지금 뭐가 문제인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항상 그랬다. 그래서 다 크고 난 뒤에는 엄마가 잘 안 하던 잔소리라도 하면 더 화를 내곤 했었다. 마치 무언가 숨기고 있다가 들킨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빠는 큰삼촌이 삼촌댁으로 모시고 갔다. 아빠까지 아프면 큰일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이미 눈을 뜨고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엄마의 형제들 사이에 앉아서 너무나도 무기력한 노인인 된 채 있었다. 이 심각한 상황에 끝없이 저 땅 밑으로 꺼져버리는 아빠가 안타까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야속했다. 우리가 다 성인이 되고 나서 아빠는 크게 두 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한 번은 암으로, 또 한 번은 교통사고로 1년 넘게 병원에 있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아빠를 챙겼었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쓰러지고 난 뒤 무기력한 아빠의 모습이 난 너무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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