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꽃무늬 10화

꽃무늬

10화

by 산책가

나의 두 딸은 그렇게나 아침에 엄마랑 재밌게 잘 놀았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친가에서 지내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아프다는 것은 들었지만, 그런데 왜 자신들이 엄마와 함께 있을 수도 없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볼 수도 없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아이들을 맡은 시어머니는 이미 동서네 아이 둘을 보고 계셨기에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나의 두 딸, 우리 엄마의 두 손녀는 엄마에게 항상 자랑거리였다. 최고의 자랑거리였다.

엄마는 교회의 장로님이었다. 엄마네 교회에는 많은 장로님 중 7명이 여자였다. 엄마가 그중 한 분이었다. 나이대도 비슷비슷한 친구들이었다. 서로 나이도 비슷했기에 자식들도 나이대가 비슷했다. 그중 한 장로님의 딸은 나와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7명의 장로님들의 가정의 경제적 상황을 포함한 여러 상황이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제적인 면에서 엄마는 항상 위축되었다. 엄마는 명품 옷도 가방도 들지 않았고 항상 적당한 가격의 옷과 모양새를 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보기에 위축되어 보이면 우리 엄마가 아니지. 엄마의 서구적인 얼굴은 몸에 살이 지금보다 더 붙었을 때도 항상 부티가 났다. 내가 조금만 꾸며도 복부인처럼 보이는 건 엄마를 닮아서다. 엄마는 항상 돈 때문에 걱정은 많았지만, 여러모로 남들에게 부러움을 샀다. 특히 엄마를 포함한 7명의 장로님들의 자식들은 다 40줄에 접어들었는데도 시집 장가를 가지 않거나, 갔어도 아기를 못 낳았다. 엄마에게 우리 딸들을 포함한 손녀들은 가장 큰 자랑이었다. 그러다가 한 장로님의 아들이 딸을 낳았다. 엄마와 그 장로님은 서로 자신의 손녀 자랑을 하느라 바빴다. 다른 장로님들은 앞으로 손녀 자랑할 거면 돈 내고 하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엄마와 그 장로님은 서로 돈을 내면서까지 손녀 자랑을 했다. 엄마의 핸드폰 안에는 우리 딸들 사진 밖에 없었다.


엄마가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 이제 4일째가 되었다. 면회시간이 되어 오늘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고 팔다리를 주무르고 나오면서 엄마의 정신이 돌아오게 할 방법을 고민했다. 엄마에게 손녀들을 보여드릴 수는 없고 목소리라도 들려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치듯 들었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딸들은 잠깐씩 친가에 가서 놀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아빠 엄마 없이 몇 날 며칠을 밤낮으로 지냈던 것은 처음이었다. 엄마가 전화 온 걸 알자마자 큰아이가 전화기를 낚아채서 받았다. 두 아이는 서로 엄마한테 말하겠다고 싸우고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울먹이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마음이 더 무거웠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며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새로운 노래들을 배웠단다. 그래서 배운 노래 부르는 거 외할머니가 들으시면 힘이 나지 않겠냐고 하며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빨리 노래해서 찍어야 한다며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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