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사랑이었음을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요
마음에 담긴 사랑을 다 쓰고 나면
한평생 자신에게 사랑을 다 주고 나면
이 생에 할 일은 다 한 걸까요
때가 되어 사랑이 바닥을 보일 때쯤
난 평생 날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 번도 날 바닥에 내려둔 적 없고
늘 따뜻하게 가슴으로 품었다고요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은
어쩌면 단 한 가지였을지도 몰라요
이 세상에 커다란 가능성을 머금고 온
작은 씨앗인 자신을 품는 거예요
사랑으로 키운 씨앗에서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으며 자라고 마침내 고갤 들어
꽃을 피우면 얼마나 아름답겠어요
두 볼을 붉히며 세상을 바라보겠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내가 이곳에 올 때 가지고 온 것은
다 쓰고 가겠다고, 이 한 몸 뜨겁게
활활 타오르듯 살다 갈 거예요
다 타버리고 남은 자리에 뭐가 남을까요
나에게 사랑을 한평생 쓰고 남은 자리는
차가울까요 아직 온기가 남아있을까요
약간의 희망을 품고 가슴에 손을 올려요
어쩌면 내가 있다 간 자리에 그을음만 남을 수도
붉게 타올랐던 자리는 까맣게 탄 흔적만 남을지도
아름답진 못하더라도 분명 멋질 거예요
난 내 방식대로 타올랐다 간다고 말할 수 있으니
이것도 나를 사랑하는 방식임을 나는 아니까요